'마음가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0.05.22 The Secret 2, 왜 불길한 예상은 어김없이 적중하는가? by 박창민
  2. 2020.04.28 변호사의 감정이입 by 박창민 1
  3. 2020.04.13 tvN - 슬기로운 의사생활 by 박창민

전 세계에 열풍을 불러왔던 책이 있다. The Secret.

우주로부터 성공의 기운을 끌어모아, 내 운명을 성공의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비밀을 독자에게 몰래몰래 알려주겠다는 것이 책의 요약. (이런 류의 책은 정독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사실 정확한 책의 내용은 이와 다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알려진 책이다.)

성공에 대한 강렬한 의지는 또다른 성공의 기운과 긍정의 효과들을 불러오기에, 어쩌면 전혀 틀린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그러한 열망 가운데, 결국에는 노력과 주변여건이 싱크되는 지점에서 내가 원했던 결과를 '정량 - quantitative' 이 아니라, '정성 - qualitative' 의 형태에서 자위하게 되거나, 믿게되는 (convict) 경우라면, 이런 원리 원칙에 스스로 납득 당하게 되었을 터이니까.

이와 정 반대되는 예를 들어보자.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가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 또는 걱정들이 이어지게 된다면, 어느샌가 이러한 결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내면에서 어느새 자리잡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 가까운 일들이 터지게 되면, 우리는 돌연, '왜 불길한 예상은 어김없이 적중하는가?' 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게 될 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불길한 예상이 어김없이 적중했을리가 없다. 준비를 잘해왔고, 그러한 상황분석을 미리 해놓은 것이기에 준비된 상태에서 - 설령 원치않는 결과이기에 그리도 피하고 싶었으나 - 그러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를 잘 가다듬어서, 이런저런 방향제시와 마음가짐에 대한 대처, 처세를 다루면, 누가 아는가? The Secret 2 라는 책이 또 하나 나오게 될지.

준비하지 말라.
최악은 생각지도 말라.
닥치면 그때 생각하라.

뭐, 이런 처방과 대처, 그리고 처세가 그런 책의 결론이 되려나?

오늘은 기분이 매우 착잡하고, 복잡한, 그런 하루이다.

마음 같아서는 자리를 비우고, 해변을 바라보며 머리를 식히고 싶은데, 현실은 그런 호사를 누릴 수가 없구나.

의뢰인을 위한 변호는 내 몫이지만, 내 복잡한 마음은 누가 변호해주나?

마음의 변호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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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바로 옆 도보로 5분 거리에 한식당이 하나 있고, COVID-19 State restriction order 기간이어도 음식점에서 pickup 은 가능하기에 생각보다 점심시간이 덜 서글프다. 따스한 햇살 맞으며 잠시 산보가는 기분이어 썩 괜찮은 느낌까지도 가져다 주니 말야.

점심시간, 나누게 된 이야기는 바로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사건에 스스로를 대입하게 되는 자세였다. 이름하여 감정이입.

이민법 분야에서의 대부분의 의뢰인은 비자신청인 또는 비자가 취소될 위험에 놓인 비자소지자 등일테고, 개인상해 사건에서의 의뢰인은 다른이의 잘못으로 인해 신체상해를 입고,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 등을 입게된 이들이다. 일명, transactional matters 라고 불릴 수 있는 등기업무나 비지니스 매매 사건의 경우에는 조금 다를 수 있겠으나, 이민, 개인상해, 형사사건, 고용법, 가정법 등의 여러 분야에서의 의뢰인들의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단순히 사건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만 늘어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를 많이 겪게 된다.

변호사로서 간접경험을 통해 지식과 경험, 정보를 넓혀가고, 다음을 위한 자세가 더욱 견고하게 준비되는 장점이 있다면, 감정이입으로 인해 피폐해지는 상황은 큰 단점 중 하나랄 수 있다.

혼을 담은 변론에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가 닿지 않아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던가, 비자가 거절되었다던가, 유죄판결이 났다던가, 보상금이 턱없이 낮다던가.

어떤 법분야인가에 따라, 이러한 감정이입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변호사의 인격, 품성이 그 경향이나 깊이를 좌우하는듯 하다.

이런 면에서 나는 완전 프로 감정이입러.

아, 그래서 힘들다. 사건 하나 끝내고나면, 감정의 우물을 바닥까지 퍼낸 느낌이고, 재충전에 에너지가 더 소모되는 듯 하다. 특히나, 원치않는 결과를 맞닥뜨리게되면, 바닥을 깨고, 지하로 가라앉는 느낌이니 말이다.

선배 변호사로서, 후배 변호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딱히 없다.

메마르지 않은 감정은 내가 제어할 수 있는건 아니니, 축복으로 여기고 더 측은지심으로 의뢰인을 대변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의 원천으로 여겨,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것 아니겠냐고.

감정의 기복으로 사건을 망치기 보다는, 풍부한 감성과 이해를 토대로 변론의 깊이와 색깔을 다양하게 표현해내면 좋지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오늘의 변론서를 마무리해본다. 내 마음이 최종 decision maker 에게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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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 와 이우정 작가가 다시 만나서 찍은 드라마라고. 다섯 의대 동기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라고. 아내가 옆에서 쫑알쫑알 같이 보자길래, 부활절 긴긴 휴일동안 다섯편을 쭈욱 달렸다.

요즘은 마음 불편하게 토렌트에서 파일 안 구해도 되고, Netflix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난 드라마나 영화들을 즐길 수 있다보니 참 세상 좋아졌구나 싶다.

사실, 좀 냉소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병원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드라마치고 재미없기가 어렵지.

긴박한 사건 소재들이 풍부하고, 알콩달콩 연애 이야기는 넣는곳마다 족족 빵빵 터질 수 있고, 작가의 역량에 따라 개그나 풍자도 얼마든지 담을 수 있고, 게다가, 출연자들은 늘였다 줄였다 얼마든지 제작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말야.

이런 갖춰진 성공원칙에 잘 나가는 배우들이나, 당대의 테마를 이루는 배우들 콤비네이션들이 곁들여지면, 소위 메가톤급 빅 히트가 가능해질거라 생각한다. 나야 뭐 일반 시청자 입장이긴 하지만, 이런 공식을 따른 드라마들치고 망한 드라마가 흔할까?

언뜻 생각나는 드라마들만 꼽아보아도, 미드 그레이즈 아나토미, 한드 종합병원, 일드 하얀거탑, 한드 골든타임과 뉴하트, 심지어 의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나왔던 사랑이 꽃피는 나무 (의학드라마는 아니었던걸로 기억나는데) 등. 평작 이상인 정도가 아니라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들이 참 많았지 않나?

사실, 슬기로운 의사생활 1편의 등장인물들 소개, 게다가 율제병원 안회장의 아들이 누구인지 또 맞추기식으로 펼쳐지는 드라마 진행에 불만이 조금 쌓여있던 나에게 이 드라마는 뭐 그리 특별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다섯 편 다 본 느낌?

아, 제6편 언제 방송하지? 왜 12부작인거지? 할 이야기 더 많을텐데?

뭐 이런 느낌이다.

각자의 이야기가 사실 하나하나 궁금한 것도 아니고, 편당 뿌려놓는 떡밥이나 에피소드를 통한 등장인물들 성격 파헤치기 이런게 궁금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마치 비빔밥처럼 버무리고나니, 딱 알맞은 양념. 게다가 씹히는 맛까지 아주 식감을 돋궈주는 느낌이랄까?

고개를 들어, 뉴스를 보고, 주변의 이야기들을 듣기 시작하면, 경제가 어렵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면역력 침투율 및 파괴력이 에이즈만큼이나 강하다느니 라는 이야기들만 들려오는데, 사실 나는 그런건 관심이 없다.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있는건 아니니까.

그냥, 내 자리에서 묵묵하게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이런 소소한 자극적이지는 않아도 아내랑 같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 정도에도 즐거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슬기로운 호주생활. 이게 내가, 우리 가족이, 우리 직장 동료들이 해야할 일이니까.


Posted by 박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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