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날씨가 슬슬 더워질 때에는 한국식 프리마 왕창 때려부은 아이스커피도 한잔씩 마셔줘야 성에 찬다.
특히나, Zarraffa's Coffee 의 엄선된 바리스타들이 만들어주는 커피맛에 쏙 빠진 이후로는 하루에 밖에서 쓰는 커피값만 해도 만만치않은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입에 착 달라붙는 커피라면 얼마가 되어도 아깝지 않은게 바로 커피 아닐까 싶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건 세상살이의 아주 기본적인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 정확한 기원을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명 라떼아트로 불리우는 바리스타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문양에 입을 가져다대기 미안함을 처음 느낀 것만해도 벌써 여러해 전인듯하다. 이제는 능숙한 손길로 스팀밀크를 설렁설렁 부어담으며 간단한 잎사귀 모양을 만들어내는 정도는 주변에서도 어렵지않게 볼 수 있을정도로 보편화된 라떼아트이지만 제대로 된 장인을 만날때면 매번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오늘 몇장의 라떼아트 사진이 굴러다니는걸 이곳에서 발견하고, 생각난김에 그냥 동영상으로 묶어보았다.
1997년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할 즈음, 촌놈이 잠실 신천에 친구들과 회사숙소에서 뒹굴뒹굴하던 시절의 일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릴적 귀는 얇고, 생각은 많고, 의욕만 앞선 터라 회사의 기대에 부합하기도 전에 IMF 라는 암초를 만나 팀원들 모두가 큰 고생을 했던 10년도 더 된 오래전 이야기이구나.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주말 즈음에 할일없이 회사숙소 방바닥을 긁고 있을 무렵, 선배형의 연락을 받고 생전 처음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보게 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형 프랜차이즈 형태의 패밀리 레스토랑의 개념은 그리 보편화되지 않았었고, 특히나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음식과 분위기를 파는 요식업이라는 것 자체가 그리 흔하게 받아들여지던 때는 아니었던듯 하다.
기껏해야, 호프집에 기타 따위를 걸어두거나, 네온으로 실내장식을 해주는 정도?
그렇게 뤼미에르 극장 옆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처음 가보게 되었다.
주말이었나? 명절 시즌이었나? 회사와 숙소를 오가며 뒹굴뒹굴 하던 차에 선배 형이 저녁 한번 쏜다는 소식에 택시 잡아타고 이름조차 생소하던 뤼미에르 극장을 향했던 그 날...
사정없이 막 먹어주고 싶은 블루밍 어니언
이 블루밍 어니언이 가끔씩 너무너무 먹고 싶을때가 있다. 근처에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라도 있다면야 한번씩 기억을 되새기기위해 온 가족이 외식을 해도 좋으련만 아쉽게도 근처에는 없고...
산라탕(酸辣湯) - Hot and Sour Soup 이라 불리우는 이 녀석은 한자 뜻 그대로 맵고 신 맛을 가진 아주 독특한 매력을 가진 중국식 따뜻한 스프/국물 류라 설명할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도 hot and sour soup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할 시에 중국식, 타이식, 베트남식, 심지어 캄보디아식 hot and sour soup 등이 골고루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맵고, 신 맛을 구별해내는 능력이 서양인의 경우 우리들보다 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인건지 아니면 굳이 차이를 둘 만한 구별되는점이 정말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종일 머릿 속을 떠나지 않고 뱅뱅 침을 꼴딱이게 만든 주인공은 중국식 산라탕이다.
어째 으스스한 공포영화 씬의 하나인듯 -_-;;
내가 산라탕을 처음 경험한 것은 2001년 12월 홍콩 여행을 엉겁결에 따로이 여행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부랴부랴 선배 형 부부를 따라가다시피 했던 당시 맛 보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철저한 연구와 맛집 공략계획을 세워놓았던 선배네가 안내해준 홍콩요리집이 마침 우리 호텔 바로 옆에 있던터라 먹어보게 된 것이 바로 이 hot and sour soup - 바로 산라탕이었다.
처음 혀끝에서 와닿는 맛은 마치 익숙한 김치찌게의 그것처럼 약간 신듯하면서도 그리 짠 기운이라기 보다는 새콤하면서 맵싹한 아주 맛깔나는 맛! 그리고 뒤이어 입 안을 가득채우는 육질의 해삼 덩어리들, 그나마도 아주 먹기좋게끔 도려진듯한 말캉말캉한 기분이 아주 먹는 재미를 배가시켜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과연! 부족한 준비 끝에 발을 디딘 홍콩이었지만 첫 시작부터 아주 기분을 좋게 해주는 기분좋은 청신호였다.
이후, 한국에서도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영업접대 등에 있어서 역삼동 로터스가든 등에서 전채요리로 산라탕 한 사발로 영업멘트를 시작하는 나름대로 독특한 레퍼토리를 끌어갈 수 있었고, 사실 그런 접대자리는 오히려 아주 즐거운 자리였다. (그래봐야, 술집에서 양주 퍼다먹이는것의 1/5 도 안나오는데... ^^)
이후로도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그리고 홍콩에 다시 놀러가서도 이 산라탕이란 녀석은 제대로 된 chinese restaurant 란 곳에서는 모조리 시켜보는 소소한 악취미를 갖게 된 듯하다.
호주에 와서도 이 취미는 당연히 계속 이어지고...
맛있는 요리집, 딤섬(얌차) 전문점이라고 소문이 났다는 음식점 등 여러 이곳 중국요리집을 다녀봤지만 hot and sour soup 만큼은 홍콩에서 먹어본 그 맛을 이어가는 곳이 없어서 더더욱 그 애절함이 가득해만 갔다. 오죽하면 애들 조금만 더 크면 홍콩부터 떠야겠다고 다짐할 판이었으니...
등잔 밑이 더 어둡다더니!!! Post Code 4208, Ormeau/Ormeau Hills/Jacob' Well/Kingsholme 등을 다 끌어엎어도 인구 8천명 밖에 안되는 이 동네 자그마한 쇼핑센터에 자리잡은 호주인이 경영하는 중국요리집(물론, 요리사는 중국에서 초빙된 중국인 요리사지만) 에서 생애 두번째로 맛있는 hot and sour soup 을 맛보게 되는 사건이 연출되리라곤 꿈에도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매콤새콤, 입안을 가득 채우며 해산물로 기쁨을 가득 주는 곳이라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없다는데서 이어지는 절망... 그렇다고 애들 굶기면서 우리만 즐길 수도 없는 일이니...
할 수 없이, 겉보기와 다르게 까다로운 입맛과 기억을 되살려 직접 산라탕에 도전해보는 기회를 조만간 가져볼까 한다. 인터넷의 힘을 조만간 한번 빌려보아야 할 것 같다. ;-)
일생 일대의 새로운 맛경험을 하게되었으나 무어라 표현을 해야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겨우 고른 제목이 고작 마약 스테이크, 마약 스파게티 이다. :-( 행여나 context 분석을 제대로 못해내는 검색엔진이나 검열 관계자들 덕분에 내 인생 최고의 고기맛을 선보여 준 David's Sizzling Steak 에 피해가 가지는 않으리라 믿으며 약간은 음식기행 코너에 올라갈 글 치고는 무성의한 글을 하나 올려본다. (필력을 탓하며 글로 표현을 못한다는거야 뭐 그럴 수 있다쳐도, 먹느라 바빠서 사진 한장 제대로 못 찍어온건 좀 성의가 없다고 밖에 표현되지가 않는다. 쩝 T.T)
브리즈번 남쪽의 Sunnybank, 그 중에서도 중국계 음식, 잡화, 식품 등의 진수가 집결된 곳을 꼽으라면 Market Square 가 그 중심에 있다.
Market Square 와 인접한 곳에 있는 Little Taipei Food Court 란 곳에 위치한 David's Sizzling Steak 는 지글지글 구워낸 스테이크에 쫄깃쫄깃한 면발의 스파게티를 곁들인뒤, 데운 야채를 살짝 얹고서 pepper 또는 mushroom 소스로 마무리한 보기만해도 군침이 미친듯이 돌아버리는 굉장히 특이한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패밀리 레스토랑의 멕시칸 화히타처럼 엄청난 고온에 달궈진 팬에 각종 양념과 양파 등에 버무려진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연상하면 된다. 하지만, 멕시칸 양념이 아니라 철저한 우리 입맛에 아주 마약처럼 딱 달라붙는 맛이라고 표현하면 그나마 좀 감이 올까?
우리집에서 Sunnybank 를 가려면 최소 30km 이상을 달려가야 한다. 문제는 지난 주에 David's Sizzling Steak 에 점심만 먹으러 무려 3번이나 다녀왔다는 사실!!!
분명 마약이 들어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있을 수는 없다. ^_____^
참고
18불 50센트에 절찬리에 판매되는 스페셜 와규 스테이크는 100% 호주산 와규 고깃덩어리만 거의 양 손바닥 크기이다.
메뉴 하나를 시키면 무조건 셋트바리로 음료수, 샐러드, 스프, 갈릭 토스트 중 2개를 선택할 수 있다.
사이드 메뉴로 딸려나오는 지글지글 쫄깃쫄깃 스파게티! 사실 이거 하나 시키면 스테이크 고깃 덩어리가 덤으로 슝슝 얹어나오는데, 맛이 예술이다. 7불 50센트이고, 역시나 셋트바리로 사이드디쉬 2개 선택할 수 있다.
우리 4식구 총출동하면 와규 스테이크 + 스파게티 이렇게 메뉴 2개 시키면 배터지게 먹을 수 있다. :-)
전시된 사진을 보고서 실망한채 발걸음을 돌렸다간 인생 최고의 별미를 놓친다는 사실! - 그러게 사진 좀 잘 찍어놓지.. T.T
푸드코트 손님의 어림잡아 90% 는 바로 이 David's Sizzling Steak 손님들이다.
주인 또는 주인의 식구로 추정되는 일꾼이 쌍둥이다. 푸드코트 안을 지글지글 스테이크 팬을 든 채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는 일꾼. 알고보니 쌍둥이 둘이서 콤비로 동/서로 뛰는 것이었다. T.T
지난번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너무나 맛있게 먹은 이후, 시드니에서 유학 중인 막내 동생이 브리즈번에 놀러올 기회가 있던터라 애걸복걸하여 도넛 다섯박스를 Original Glazed 로만 사왔었다.
아니, 심지어 크리스피 크림 도넛 시드니 총판에 연락하여 Queensland 에 매장을 낼 계획이 없냐고, 있으면 내가 하나 내보면 안되냐고 연락까지 취했었다. T.T
현재 전혀 계획이 없고, Queensland 에서 먹으려면 아는 사람이 사오던가, fundraising 바자회 같은걸 열어서 100 세트 단위(1세트에 도넛 12개) 로 주문을 해서 기금마련 용도로 판매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무뚝뚝한 대답을 들어야 했었다.
(바자회 등에서 도넛 12개를 8불에 납품받고, 이를 13불에 팔면 된다고 한다. 아무나 물건을 대주는게 아니라 fundraising 을 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갖춘 단체인지 확인까지 받아야 한단다. 젠장!)
냉정한 자식들!
어쨌거나, 우리는 그 이후 시드니에서 막내동생이 놀러올 날만 기다려야 되는 판국이었는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