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고보니, 이민법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닌듯 하지만, 최근 업무를 맡아서 진행 중인 사건관련해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많은 기술인력들이 RSMS Subclass 187 비자의 direct entry 를 애용했었다. 지방지역에서의 취업을 배경으로, 고용주의 기술인력에 대한 필요를 인정하여, 이를 메워주는 해외 기술인력들에게 소위 영주권을 허락해주되, 해당 고용관계를 적어도 2년 동안은 이어가라는 배경을 갖고서.
이 과정에서 "the position cannot be filled by an Australian citizen or an Australian permanent resident who is living in the same local area" 라는 규정이 있다. 즉, 해당 지방지역에 거주 중인 호주 시민 또는 영주권자로 채워질 수 있는 포지션이라면, 영주권 승인의 기본 요건으로 인정 안해주겠다는 이야기.
문제는 "cannot be filled" 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이다.
광고를 통해 지원자들을 걸러냈고, 그 중 가장 적합한 인력이 해외 기술인력이라고 주장을 하여도, 실제 심사관이 색안경을 끼고서, 광고의 문구가 호주 시민/영주권자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그런 문구가 없었더라면 호주 시민/영주권자로 자리를 채울 수 있었을지 모른다 라는 '가능성' 을 들이대며, 위 규정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라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
가능성의 부정을 증명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있을까? 1% 의 가능성이라도 있는것 아니냐는 논리를 깨부수려면 도대체 무슨 수를 써야하나? 물리법칙이나 수리법칙도 아니고.
이를 줄이기위해서, 법이란 명시적으로 요건, 조건들을 명확하게 나열하는 것이 좋은 drafting 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변수들을 기입할 수 없기 때문에, catch-all 용도로 other relevant consideration 이라는 유효한 수단이 있음을 누구나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고.
관련 판례에서도 아래와 같이 해설한다.
'significant level' 상당수준으로 실제 지원자들을 사전에 걸러버리는 효과가 있을 경우에는 심사관이 위 규정에 미달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인정한다.
흥미로운 점은 187 RSMS 비자에서의 저런 규정이 187 비자를 대체하는 494 비자로 변경되면서, 'cannot be filled' 규정 자체는 없어지고, 이민법 140GBA 아래에서의 Labour Market Testing 이라는 구체적인 postive listing steps 을 만족시키도록 규정 자체가 반대로 drafting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서야 비로소, 제대로된 drafting 을 구현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 하다.
그렇다면, 구 법의 적용이라는 이유 만으로, 내 의뢰인은 'cannot be filled' 라는 사실상 심사관의 재량에 따라 무한대에 가까운 요건에 어이없이 무너져야 한다는 말인가?
같은 포지션이어도, 얼마나 시급하게, 그 회사 사정에 맞는 포지션 해당자를 뽑아야 하는지에 따라, 회사 사정은 다를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호주 시민/영주권자로 채워질 수 없었음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그 회사의 그 포지션으로는 RSMS 영주권을 줄 수 없다라고 행정결정을 내린다면, 정말 말 문이 막힌다 말고는 표현을 못하겠다.
공석인 채, 10년을 놔두면 어느 누구라도 호주 시민, 영주권자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거나, 그 회사는 없어져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만족시켜야 할 요건들을 명문화하지 않은 채, 가능성을 부정함을 증명하라니.
"cannot be filled" 처럼 가능성이 없음을 증명하라는 황당한 문구가 법령 내에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판단은 행정 심사관의 재량에 달려있다. 무소불위의 재량권이며, 법 아래에 가능하다 라는 웃음을 띄고 있다고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위헌임을 밝히지 않는 이상, 현존하는 법 문구의 위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반 시민들은 얼마나 망연자실할꼬.
이는 비단 이민법의 문제만이 아니고, '법' 을 통해 권한을 부여받은 행정부 전체에 관계된 문제이기도 하다. 특별히, 이민법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보니 두드러지게 돋보일 뿐인 것이고.
금주 월요일부터 마음이 좋지않다. 어떻게 이 심사관을 달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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