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자체는 단순하다.

영어를 못하는 호주 변호사, 반면 한국어는 모국어이기에 할 줄은 안다. 어쩌면 운이 좋아, 한국어를 참 조리있게 잘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사실, 현재까지 그런 직원을 보지 못했다. 영어를 못하면, 한국말도 말만 할줄 알았지, 처절하게 매너가 없거나, 앞뒤가 다르거나, 논리적으로 받쳐주지 못해서 결국에는 의뢰인의 원성만 사는 직원으로 결론 나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을 고용해야할까?

이민을 와서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정착을 해가는데, 모국어 수준에 가깝게 해당 언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건대, 이곳에 와서도 한국어만 쓰면, 교민 지역사회에서 문제없이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정말 대단히 많다. 그만큼, 이민이 보편화되고,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기반시설들이 필요에 따라 구축되고, 인터넷을 통한 통신의 용이함 등이 갖추어지다 보니 가능해진 일들이다. 물류, 교역이 쉬워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것이고.

고백하건대, 회사 업무의 과반 비중이 한국인 이민자들 (교민, 유학생, 취업파견인, 이민2세 등) 관련 일인지라, 한국어를 능통하게 쓸 수 있는 변호사가 정말 필요하다. 덕분에, 어쩌면 이곳 지역사회에서는 법대 출신 교민 또는 교민 자녀들이 일자리를 구하는데 있어서 우리 법무법인이 참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었다.

인사청탁에 준하는 문의들이 얼마나 빗발치는지... 

한국어를 능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본인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특징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잊지말자. 이곳은 호주다. 호주에서 호주 법을 펼칠 수 있는 호주 변호사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영어' 는 기본 중 기본이다.

주연을 뛰어넘는 조연이 바람직하지 않듯 (오해하지 말기를, 조연도 중요하다. 다만, 주연이어서는 안될 뿐) 이곳에서 변호사가 되고싶다면 영어능력을 한껏 키우기 바란다. accent 를 바꾸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나 역시도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고, 평생 숙제임이 분명하기에,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서면 또는 구두로 내 의견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미묘한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고, 논쟁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이 없는 변호사라면, 생각을 다시 해보기를 정말 권한다.

일을 맡기는 의뢰인의 마음에 잠시 들 수는 있겠지만, 이 무대에서 당신은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그 패배의 쓰라림은 고스란히 의뢰인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누군가를 대리하는 representation 이라는 일, 그것도 legal representation 이라는 법률 대리인, 변호사에게 이런 가혹함을 이겨낼 능력이 없다면, 시작부터 자질이 없다는걸 시인해야된다.

이런 사람들이 이 업계에 있다는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실력이 안되면, 노력이라도 하던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던지.

먹고 살기위해 변호사가 된 것이란 말인가? 뒷감당은 의뢰인에게 뒤집어씌우고?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감정적으로 발끈할 수 있는 일부 독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히 밝힌다. 영어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성공적인 이민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많은 분야들이 있고, 이민선배들이, 동료들이, 후배들이 이런 길들을 단단하게 밟아가며 훌륭한 선례들을 만들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이민자들이고, 영어 잘하고 못하고는 이들의 인격, 품성, 인간성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영어' 를 무기로 누군가를 대리하고, 대변해야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사람이 함량미달임을 알게되고서도, 물러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정도 책임의식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이 분야에 뛰어들겠다면, 그 결심을 재고하여야 한다. 책보고, 수업듣고, 시험문제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누군가의 법적권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은 정말 안일하달 수 밖에.

나는 오늘도 하루를 준비할 때, 더 나은 advocacy 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 때에도 지난 하루를 짚어보며, 반성과 더 나은 발전을 위해 고민한다. 적어도, 그런 변호사의 자세만큼은 일류라 자부한다. 그리고, 지난 십여년을 되돌이켜본다면, 내 영어는 accredited specialist 자격으로 법정에 서서 의뢰인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수 밖에.

오늘이 가장 최저점.

이 정도 자신감과 자부심이라면, 당장 이력서 보내주기 바란다. 함께 일하고 싶으니까.


Posted by 박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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