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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다. 당신 호는 겸온, 겸손과 온유라 하고싶으시다고. 세상을 살아오면서, 겸손보다 나은 무기가 없고, 다른이들과의 이견을 풀어가는데, 온유만큼 강력한 효과를 불러오고, 화합을 도모하는 도구도 없다는 말씀을 그렇게도 자주 해주셨는데,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그 말씀을 이제야 알 듯 하다.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제아무리 management 관련한 서적을 탐독하고, 그럴싸한 이론을 도입해보겠답시고 챠트를 그리고, OX 를 그어가며, 조직관리를 한다손 치더라도, 결국에 가서, 동료들, 부하들의 지지를 불러오고, 의뢰인의 믿음을 사오는데에는 겸손과 온유만한 것이 없더라.

그렇게,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감에 우쭐했었다. 회사의 성장과 규모,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인정이 마치 내 능력인양 자만을 했었던듯 싶기도 하다.

2018년 샹하이 출장에서 중국을 맛보고, 2019년 광저우 및 우한 출장에서 본격적인 회사의 청사진을 중국을 배경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마치, 내 능력이면 그 모든 것들이 다 이루어질줄 알고서.

인구 천만도시 우한에서의 메이져 로펌들과의 업무제휴, 호주 진출을 노리는 중국인 기업집단들의 이어지는 문의와 러브콜. 당장이라도 중국어를 배워놓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질듯 쫓기는 그 긴장감을 즐겼던듯 하다.

2019년 6월에서 7월로 이어지는 보름간의 출장, 그리고 2019년 하반기까지 비밀 프로젝트 하에 그렇게 2020년을 그리는 비장의 프로젝트들이 연일 이어졌었다. 그리고, 2019년 12월에 한달 간의 긴 휴가를 한국으로 다녀오게 된다.

2020년 새해가 열림과 동시에 중국을 끌어안고, 비상하는 일만이 남은 양.

호주로 귀국함과 동시에 들려오는 우한폐렴이라는 심상찮은 소식들은 마치 파장에 맞추어 공명이 점점 더 커지듯 걱정과 근심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아뿔싸.

인간의 힘으로 제어 못하는 것들, 예측하지 못하는 것들, 미처 예상치 못하는 것들은 널리고도 널렸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최고의 미덕이 겸손과 온유였다면, 세상을 대하고, 본인을 다스리는데 최고의 미덕 역시 겸손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견고하되, 실력 따위에 대한 자만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의지에 대한 약속 정도여야 할 듯 하다.

자만하지 말아야겠다. 세상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우한폐렴으로 불리던 COVID-19 이 전 세계를 이렇게 휩쓸어가고, 덕분에 우한 프로젝트는 도대체 언제 성사 가능할지 앞일을 알 수 없게 될 줄 누가 알았더란 말인가.

삼국지의 주무대 우한. 양쯔강이 관통하는 그 멋진 도시는 불과 1년 만에 옛 추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겸손하고, 굳은 의지로 묵묵히 최선을 다해야지. 때가 무르익으면 그 열매를 따게 될 때가 올 것이다.

이 즈음에서 내가 직원들에게, 그리고 의뢰인들께 이야기했던 한 토막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깜깜한 밤, 익숙하지 못한 길을 걸어 목적지로 가야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같이 밤에도 불빛이 흔한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영화나 소설 속 묘사에서 우리는 시골의 그런 풍경들을 상상해볼 수 있죠.

 

지도를 갖고 그 길을 걷는것도 아니기에, 돌부리 하나도 조심해야하죠.
이 길을 어찌 다 갈꼬라며 한숨을 쉬는 것 보다는, 발걸음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해, 힘차게 땅을 딛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간다면, 결국에는 최선이라는 결과는 아닐지라도, 최악이라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고, 헤쳐가야할 이 상황에 해법이 정해져있어서, 꽃길만 밟으며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선택과 노력을 다하는것. 이것이 저와 여러분이 해야할 일입니다.
그 끝에 우리는 최선이었냐, 차선이었냐, 최악이었냐, 차악이었냐를 따져볼 기회는 있겠지만, 그 과정 덕분에 우리는 배운게 있고, 후회가 없고, 미련이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다음에 더 나은 도전과 결과를 가져올 든든한 경험을 갖게 되겠죠.

겸손을 담고, 노력하며,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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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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