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
다른말로는 손고자 라고도 하더라. 일명, 젊은이들의 신조어이며, 문자 그대로 어감이 팍 실려서 가슴에 꼽히는 그런 말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고백한다. 나는 똥손이란 것을. 물론, 똥손이냐 아니냐는 어떤 분야에서인지를 가리키는 문맥, context 가 정말 중요한데, 특별히 내 경우는 무언가를 만든다거나, 손재주가 필요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똥손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셋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엄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내 아이가 보이는 자그마한 재주들이 너무 대단해 보여서 이 아이의 특별한 재능으로 오해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잦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럴만한게.... 셋 다 천재를 낳았을리가 없어보이거든.
하지만, 이런 기대와 오해들이 모여서 아이의 재능, 특기로 몰아가고, 결국에는 뜻하지않은 결과에 함께 좌절하거나 아이의 힘든 인생여정을 초래한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내가 애초에 뼛 속까지 이과계열 공돌이인줄 알았다.
어릴적, 교회친구가 조립식 라디오 공작을 하던게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같은걸 몇개 씩이나 조립했었고, 아카데미에서 나오던 프라모델은 또 얼마나 돈 쳐들여 사모았던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덩달아, 아들이 이런 분야에 재주가 있는건 아닐까 싶어서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온갖 정성으로 이를 뒷바라지 하셨을지...
여기에 수학성적은 당대에 월등한 수준을 유지했었기에 그냥 이과로 정해진줄 알았다. (이건 나중에 또 토막 글로 한번 썰을 풀어보기로 하자. 뭐, 수학만큼은 참 유명하게도 잘했었던 듯 하다. 물론, 당시에. 지금은 수학도 똥손?) 덕분에 부모님도 아마 마찬가지 생각이셨을듯.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변호사. 그것도 호주땅에서 영어를 무기로 논쟁과 논리로 무장하고, 수많은 판례와 글들을 읽어가며 상황에 맞게끔 조합해내야하는 문과 글쟁이가 더 익숙하고 편안한 나날들을 보내고있다.
덕분에 기계는 손만 대면 고장나고, 깨지고, 부서지고... 어느새 내 손은 똥손이 되고만 것이다.
제목은 똥손이라 썼지만, 결론은 이렇다.
아무리 내 자식이 귀하고, 특별해 보인다지만, 내 마음이나 판단 때문에 잘못된 가이드를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 인생이 그러했던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예능쪽 관련 재능 덕분에 인생이 그렇게 힘들어지는 경우들을 가까운 주변에서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모두 똥손일 수 있거든.
둘째 아들도 힘들게 무리해서 QASMT 를 보냈었다. 그리고,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고서, 재빨리 다시 학교를 옮겼다. 적성에 안 맞게 무리하게 부모 만족을 위해 아이가 힘들어해서는 안되는 법이니까.
웃자고 시작한 글이었는데, 너무 진지해진 감이 없지않지만.
누구나 나는 금손이 아닐까, 내 자식은 금손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제3자의 입장이 되어보면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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