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 류와는 애초에 그리 친하지 않은 신체조건을 갖고 태어났지만, 경우에따라 할 수 없이 들이켜야 하는 자리 덕분에 싫던좋던 부릅뜬 눈과 붉게 타오르는 얼굴로 무장한 채 마셔야 했던 것이 술이었다. 맥주, 소주, spirit, 종류를 가리지않고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는 것이 없었다. 사실, 타오르는 열기를 감당하는 것은 상당한 고역이기 때문이었다.
부어라 마셔라, 정말 싫었다.
유행따라 90년대에 소주방에서 유행한 레몬소주 류의 칵테일 소주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고, 목구멍을 태우는듯한 위스키를 얼음과 섞은 whisky on the rocks 역시 본격적인 사회생활 시작과 더불어 그나마 친해지기 쉬운 녀석이었지만,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했던 터라, 때와 장소를 가려 즐길 수 밖에 없었다.

지글지글 불판에서 고기가 익어갈때면 주변에서 예외없이 소주주문이 이어졌는데, 아, 소주의 그 비릿한 알콜향은 93년 신입생 환영회 당시 냉면사발에 들이켰던 '선양 소주' 의 악몽으로 이어져 자동 반사작용으로 구역질로 연결되었다. 덕분에 옆에서 늘 맥주 한 병을 시키는 신세를 비켜갈 수 없었다. 그나마 회사 직급이 올라가서 눈치 좀 덜 봐도 되던 시절부터는 어김없이 차라리 '콜라' 로 안주빨만 세웠던 기억들이다. 

97년부터 해외 출장을 다니기 시작하며, 의무감이 아니라 즐기며 부담없이 마시는 문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니 멋대로 마셔라.
2000년 들어가면서 한국에도 와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친구따라 와인바에도 드나들며 열심히 흔들며, 향도 맡아보고 맛도 느껴보려 했지만, 싸구려 혀와 불타는 알콜 분해능력으로는 도저히 적응 불가능...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와인을 알아야 한다는 류의 서적들이 마구 깔리기 시작하던 시점인데, 부담스럽기 그지 없었다. OTL

2004년 호주에 왔더니, 이 나라 아예 세계5대 맥주 소비국으로 날리는 나라 아닌가? 아닌게 아니라, 퀸슬랜드는 더운 날씨와 상대적으로 느슨한 음주운전 허용기준 덕분에 반주 천국에 시도 때도없이 여섯병들이 맥주팩을 들고다니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마시는 강인한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형 주류 판매 체인들만 하더라도 초대형 유통업계의 자회사 자격으로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Dan Murphy's
1st Choice
LiquorLand
BWS

여기에 넓은 땅 덩어리의 각 동네별 커뮤니티 펍/tavern 에 붙어있는 주류판매점들까지 아우르면, 정말 대단한 규모의 일반 소매 주류전문점이 호주 전체를 뒤덮고 있는 셈이 된다.



Vodka Cruiser

2005~2006년을 지나면서, 알콜 음료 시장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RTD (Ready To Drink) 류의 제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Vodka Cruiser 가 있고, 젊은 층에서 부담없이 달콤하게 즐기는 알콜류로 자리잡기 시작하며, 2011년 현재 전체 호주 알콜시장의 매출액 기준으로 무려 15% 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맥주류 전체의출액은 39.4% 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KGB Vodka 류를 맛봐왔던 터였지만, Vodka Cruiser 는 '보다 달짝' 하고, 목 뒤로 넘어갈 때 '보다 시원' 한 느낌이 든다. 물론, 싸구려 혀와 불타는 알콜 분해능력자의 얼렁뚱땅 해석이기 때문에 그다지 신뢰도가 높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종류의 맛 중 Pineapple 맛을 가장 즐긴다. :-)

알콜 도수 4.5% 수준에 달콤하고 시원하게 넘어가는 취향에 맞춘 다양한 맛으로 무장한 녀석들. 말 그대로 Ready To Drink 이다. 그냥 뚜껑 따서 들이켜주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2011년 12월 10일, 호주 중고딩들이 홀리데이 파티할 때 몰래몰래 마신다는 RTD 계의 초심자용 제품을 처음 알게되었으니, 이름하여 West Coast Cooler!

탄산이 살짝 살아있는 것이 달달한 sparkling wine 정도라 표현하면 딱일 듯 하다. 좋았어! 이번 여름엔 이 녀석으로 한번 달려볼까?








 

Posted by 박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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