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구입한지 기억도 나지않는 소설, 사형에 이르는 병. (리디북스는 십오야, 매월 1, 2, 3일 보너스 등의 여러 제도 덕분에 참 많이도 전자책을 사모아 놓았었다)

한 동안 소설을 등한시 했나 싶어서, 쏜살같이 독파하고 몰두할 수 있는 소설책을 읽어보기로 하고, 리디북스에 사놓은 전자책들의 제목을 훑어보았다.

책꽂이에 꼽힌 책을 슬쩍 꺼내보는 재미가 없는 전자책. 덕분에 제목과 작가이름 등의 제한적인 정보 아래에서 읽을 책을 골라야 한다.

그렇게 고른 책이 바로 이 '사형에 이르는 병' 이고, 최초 책을 열 때, progress bar 가 100% 을 찍은 다음 열리는 위 책 표지는 섬찟함을 전해주며, 무언가 나방이라는 이미지가 건내주는 꺼림직함이 제대로 전해졌다.


그렇게 시작한 책.

중반을 거쳐, 주인공 마사야가 빨간 가방을 맨 여자아이에 대해 느끼게 되는 파트를 읽을때, 제대로 소름이 돋았다. 이 작가 보통이 아니군 이란 생각이 자연스러웠으니. 이 순간, 이 소설의 결말은 이미 내 머릿속에서 이상한 곳으로 치닫고 있었다.

후우, 일본소설... 간만에 제대로 일본소설스러운 녀석을 만났네. 서술 트릭 수준이 아니라, 아주 묵직한 정공법이었다.

약간 불쾌한 느낌? 작가의 의도에 완전히 놀아난 셈이지만, 성공한 소설은 그래야 하는법 아닌가?

작가 구시키 리우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게 있을지 궁금해지네. 그렇게, 또다른 작가, 검은집 이후로, 기시 유스케의 전집을 모조리 다 독파했었지 않나?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 와 이우정 작가가 다시 만나서 찍은 드라마라고. 다섯 의대 동기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라고. 아내가 옆에서 쫑알쫑알 같이 보자길래, 부활절 긴긴 휴일동안 다섯편을 쭈욱 달렸다.

요즘은 마음 불편하게 토렌트에서 파일 안 구해도 되고, Netflix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난 드라마나 영화들을 즐길 수 있다보니 참 세상 좋아졌구나 싶다.

사실, 좀 냉소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병원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드라마치고 재미없기가 어렵지.

긴박한 사건 소재들이 풍부하고, 알콩달콩 연애 이야기는 넣는곳마다 족족 빵빵 터질 수 있고, 작가의 역량에 따라 개그나 풍자도 얼마든지 담을 수 있고, 게다가, 출연자들은 늘였다 줄였다 얼마든지 제작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말야.

이런 갖춰진 성공원칙에 잘 나가는 배우들이나, 당대의 테마를 이루는 배우들 콤비네이션들이 곁들여지면, 소위 메가톤급 빅 히트가 가능해질거라 생각한다. 나야 뭐 일반 시청자 입장이긴 하지만, 이런 공식을 따른 드라마들치고 망한 드라마가 흔할까?

언뜻 생각나는 드라마들만 꼽아보아도, 미드 그레이즈 아나토미, 한드 종합병원, 일드 하얀거탑, 한드 골든타임과 뉴하트, 심지어 의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나왔던 사랑이 꽃피는 나무 (의학드라마는 아니었던걸로 기억나는데) 등. 평작 이상인 정도가 아니라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들이 참 많았지 않나?

사실, 슬기로운 의사생활 1편의 등장인물들 소개, 게다가 율제병원 안회장의 아들이 누구인지 또 맞추기식으로 펼쳐지는 드라마 진행에 불만이 조금 쌓여있던 나에게 이 드라마는 뭐 그리 특별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다섯 편 다 본 느낌?

아, 제6편 언제 방송하지? 왜 12부작인거지? 할 이야기 더 많을텐데?

뭐 이런 느낌이다.

각자의 이야기가 사실 하나하나 궁금한 것도 아니고, 편당 뿌려놓는 떡밥이나 에피소드를 통한 등장인물들 성격 파헤치기 이런게 궁금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마치 비빔밥처럼 버무리고나니, 딱 알맞은 양념. 게다가 씹히는 맛까지 아주 식감을 돋궈주는 느낌이랄까?

고개를 들어, 뉴스를 보고, 주변의 이야기들을 듣기 시작하면, 경제가 어렵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면역력 침투율 및 파괴력이 에이즈만큼이나 강하다느니 라는 이야기들만 들려오는데, 사실 나는 그런건 관심이 없다.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있는건 아니니까.

그냥, 내 자리에서 묵묵하게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이런 소소한 자극적이지는 않아도 아내랑 같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 정도에도 즐거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슬기로운 호주생활. 이게 내가, 우리 가족이, 우리 직장 동료들이 해야할 일이니까.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

2019년 2월 New York Bar exam 을 겸한 휴가를 2019년 2월 23일부터 3월 7일까지 다녀오게 되었고, 모름지기 여행이란 것이 당일의 느낌과 그에 관한 기록들, 그리고 그 조합을 통한 기억, 추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 기록으로 남겨놓았고, 그리 비밀스러운 일들도 아니기에 블로그 공간에 추억을 그리며 일기의 형태로 남겨놓는다.

2월 23일

콴타스로 BNE-LAX-NY 로 이동했다. 열세시간반, 다섯시간반에 이르는 공항대기시간을 포함할 경우, 약 스무시간 가까이 걸리는 이동 여정. 다행히 비행기에서 눈을 붙일 수 있어서 피로가 덜했던 듯하다.

JFK 공항에서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사설택시 삐끼에게 걸려서 도중에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에 내려달라하였는데, 한 십오분 거리에 무려 220불을 지불하게 생겼다. 험악한 분위기를 피하고자 팁 포함해서 240불을 분명 건낸것 같은데, 얼떨결에 밑장빼기에 한번 더 걸렸다. 내가 건낸 240불이 어느샌가 141불이 되어있었다. 100불 지폐를 1불 짜리로 바꿔치기 한 것이다. What is this? 라는 바리톤 톤에 호전적 기세. 등줄기의 땀이 오한을 불러오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졸지에 339 불을 넘긴 순간이었다. 삐끼를 따라가며, 얼마쯤 나오냐했을때, 미티제라는 말에 방심한것이다. 작년에 호텔에서 공항올때 사설택시, 블랙카, 를 아주 편하게 탔었던 기억 때문에 아주 넋 놓은 채 방심한 내 잘못이지. 이래서 사람은 매사에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트렁크 2개를 끌고 어디인지도 모르는 역에 내렸지만, 로밍 덕분에 구글 하나로 모두 해결. 3불짜리 Metro single ride 티켓을 구입한 뒤, E 라인을 Manhattan 방향으로 잡아타고, Penn 역까지 40분 가량을 달렸다. 창밖의로 펼쳐졌을 저녁풍경이 없다는 걸 빼면, 오히려 더 좋았던 기억이다. 토요일 오후 뉴요커들의 다양한 모습들과 여행객들이 어리둥절하며 의아한 모습으로 매 역마다 문밖을 쳐다보는 재미난 모습들 말이다.

하지만, 머릿속엔 계속된 어이없이 날아간 339불.... 

JFK 공항에서는 반드시 옐로우캡 택시라인을 찾아가야한다. 맨하탄을 비롯해 주요 요지를 정찰제로 운행한다. 그러니, 반드시 정규 옐로우캡 택시라인을 찾도록 하자.

드디어 Penn 역에 내렸다. 어마어마한 무리들 속을 커다란 트렁크 2개를 끌과서,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남기며 역사를 빠져나왔다. 둘러보는 주변 광경에 낯익은 MSG 이 보여서 반가웠고, Penn 역의 웅장함이 멋있었고, 살을 에는 칼바람이 아주 잠깐 좋다가 금세 투덜댐을 불러왔다. 뭐가 이리 춥단 말인가?


호텔에 체크인을 한 뒤, 저녁으로 바로 호텔 옆 코너에 위치한 Five Guys 에서 치즈버거를 먹으며, 작년에 가족들과 왔을때를 추억했다. 이번엔 아내와 딸만 다음주 목요일 28/02/19 에 뉴욕으로 온다. 얼른 시험을 치고서 편안한 마음으로 작년에 못 다한 뉴욕여행을 마무리해야겠다.



오늘은 여독을 핑계로 책은 꺼내지도 않았다.

2월 24일

새벽같이 일어나 호텔 아침을 먹고서, 바로 공부거리로 아이패드, 그리고 중간중간 업무를 겸하기 위해 서피스고를 챙기고 길을 나섰다. 목적지가 있었던건 아니지만, New York Public library 가 오후 1시에 문을 연다는걸 염두에 두고, 가까운 스타벅스에서 라떼 한잔을 벤티 사이즈로 시키고 책을 펼쳤다. 무려 네시간 가까이 자리를 뜨지않고 잘 버틴듯 하다. 아직 도서관이 문을 열기에는 한시간 가량 더 남았지만, 바람도 쐴 겸 뉴욕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5th Avenue 에서 센트럴 파크 쪽으로 꺾어보기로 했다. 딸이 그렇게도 감탄했다는 플라자 호텔을 나도 한번 내 눈으로 직접 보려고. 가는 길에 St Patrick 성당과 록펠러 빌딩, 트럼프 타워 등의 주요 랜드마크들이 다 펼쳐지는것 아닌가. 특히나, 트럼프 타워를 둘러싼 뉴욕 경찰들의 바리케이드는 인상적이었다.


이런, 시험을 미치기 전까지 아직 수험생임을 망각해선 안된다. 정신을 바짝차리고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흔해 빠진 도서관이 아니어서인지 눈 앞에 펼친 글자들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질 않네?

그렇게 둘째날이 지나갔다. 슬슬 준비가 덜된듯한 뉴욕바가 이제서야 긴장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 많던 시간동안 다른일들 때문에 신경을 못썼던것이 안타깝기만 할 뿐.

2월 25일

이번 여행 중 알게된 사실인데, 여행객들의 짐을 보관해주는 서비스가 꽤 범용화된듯하다. 내가 써본 서비스는 bagbnb 라는 서비스인데, 시간당 1불, 하루에 6불의 합리적인 가격.

버팔로에 큰 트렁크를 갖고 갈 수가 없기에 아침 일찍 큰 트렁크를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bagbnb 서비스 업소에 맡기고 LGA 공항으로 우버를 불렀다. 다시 떠오르는 사설택시 사기에 대한 분노를 곱씹으며.

12시 반 비행기이지만 조금 서둘러 공항에 10시에 도착했는데, 동부쪽 주요 비행기들이 딜레이가 심한 편이다. 내가 타야할 버팔로 비행기들도 버팔로에서 출발을 못해 발이 묶인것들도 많고, 계속 딜레이 안내가 이어진다.


오늘 안으로 가기만 하면 되니까라는 심정으로 터미널에서 책을 꺼내들고 쉬엄쉬엄 읽기 시작한다. 학생으로 보이는 많은 이들, 나이가 들어보이지만 출장길로 보이지 않는 이들은 모두들 뉴욕바 시험을 치러 버팔로를 향하는거겠지?

작년과 비슷한 경광들이 익숙하기도 하고, 준비는 훨씬 덜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여유는 더 있는 씁쑬한 재수생 기분이 들었다. 재수생 맞는걸.

무려 네시간이나 딜레이가 되었다. 조금 일찍와서 컨디션 조절을 하려했는데, 왠걸 짐풀고 저녁 대충 먹은채 자야할 판이네.

내일부터 이틀은 집중력이 관건일테니까.

룸서비스로 버팔로 윙을 먹은채 알람으로 둘러쌓인채 잠을 청한다.

첫째날 시험은 MPT 와 MEE. 즉, 주관식 시험들이다. 전통적으로 내가 강하다 스스로 느끼는 분야들인데, 익숙한 주제에서 문제들이 나와주면 좋으련만.

워낙 시험준비를 못했기에 도중에 refund 를 고려했던 게 미안해질 정도로 간절하게 잘 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2월 26일

밤새 뒤척뒤척.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직 시차적응이 안 된걸 수 도 있고, 밤사이 이어진 회사 이메일, 카톡, 그리고 시시때때로 오는 의뢰인들의 연락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소한것 하나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탓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지않다면, 다 내려놓고 수험생만 했어야지. 그러기엔 나이도 있고, 다섯식구 가장이 복권 뽑는것도 아니고, 그럴 순 없는 법이니까.

새벽같이 내려가 1층 로비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바나나와 라떼를 느긋하게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긴장된 모습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한글자라도 더 새기려보이는 수험생들. 라스트 미닛에 본것들이 시험에 나올 정도로 운이 좋다면 그거 안 보고도 충분히 아는 문제들만 나오지않을까 란 막연한 여유가 나에겐 있다.


사실, 뉴욕바 합격하면 더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건 맞지만, 없다고 죽는건 아니니까. 게다가, Alabama 주 변호사 자격획득을 위한 점수는 이미 작년에 받았으니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여유가 있어졌다고 할까? 예전같으면 조금 더 절절함으로 발을 동동 굴렀을 수도 있을테지만. 눈을 감고 내가 알고있는 내용들을 정리해보는 여유를 부렸다. 스스로 생각해보는 모의문제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간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시험 요령만큼 시험 당일에 주요하게 쓰이는 것도 없으니까.

MPT 는 3시간 동안 2개의 문제가 주어진다. 각 문제들은 실제 task 와 file 이라는 참고자료로 구성된 대략 문제당 20여 페이지 가까운 문서들이 깔리게 된다. 정독해서 읽으며, 시험의 포인트를 찾는데에만 약 45분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대문제라는 것이 사실 많이 쓰는것도 중요하지만, 이슈를 정리해서 그에 합당한 논리적인 답변을 얼마나 잘 적어내느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수십 페이지의 자료들 중에서 이슈를 제대로 뽑아내고 (이건 사실 문제 자체가 이야기 하고있다.), 해당 이슈에 대한 답안을 주어진 참고자료들을 토대로 논점을 잘 잡아내는 플래너 자체가 핵심이랄 수 있다.

따라서, 각 문제별로 1시간 30분을 배당한다면, 문제를 읽으면서 이슈를 정리하고, 이에 대한 핵심자료들의 연관관계를 파악하는데, 45분을 배정하고, 실제 플래너를 bullet point 스타일로 정리하는데 15분, 그리고, 해당 플래너에 따른 답안을 다른 생각없이 적절한 수준의 문장과 문단, 그리고 해당 문단에 적절한 헤딩 (일반적으로 bullet point 의 각 항목) 을 적는데 30분을 쏟아붓는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2개의 문제를 모두 풀면, 3시간은 그냥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문제는 간밤에 잠을 설친 덕분에 기력이 저하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후 MEE 에세이 시험은 6개의 문제를 3시간 내에 풀어야 한다. 즉, 각 문제별로 30분이 주어진 셈인데, 문제를 읽는데 5분은 소요해야하고, 플래너를 잡는데 추가 5분이 소요될 터이므로, 간단한 에세이 형태로 문제해결 답안을 20 여분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6개의 문제가 MBE 7개 과목 (constitutional law, real property, evidence law, torts, contract, criminal law 및 criminal procedure, federal civil procedures) 와 그 이외의 MEE  과목들 (conflict of laws, wills and estate, trust, secured transactions, family law, corporations, agency 등) 중에서 랜덤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실 요행수도 크게 작용한다. 다만, 내 경우에는 다년에 걸친 호주에서의 실무 변호사 경력을 통해 다양한 실전 업무들을 진행해왔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넓은 범위의 시험은 유리하달 수 있겠다.

오전 MPT 시험을 마친뒤, 가벼운 마음으로 Baffalo Hyatt Regency 호텔에 주문해놓은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뒤, 시험장에 앉아 두 눈을 감고서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한다. one by one. 하나씩 최선을 다해 해결하자. 종이 울리고, 시험감독관의 안내에 맞추어 두꺼운 문제지와 답안지가 건내지고, 지시사항이 안내된다. 펜도 쥐지 않은 손바닥엔 땀이 차기 시작한다. 흥분을 동반한 적절한 긴장감.

구령에 맞추어, 백미터 달리기 선수들이 전력질주를 하듯, 전체 여섯개의 문제를 먼저 훑어서 읽어낸다. 그리고, 넓은 범위의 과목들 중 어느 과목들 위주로 시험문제가 배정되었는지 빠르게 판단한 다음, 가장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먼저 골라서 문제풀이에 들어간다. 알고있는 내용들을 시험 출제들이 원하는 시각에 맞추어 끼어넣어주는 센스.

정말 무섭게도 빨리 세시간이 지나갔다. 내일 닥치게 될 MBE 200개의 문제는 일단 두렵지도 않다. 오늘 하루를 선방했다는 것 자체로 긴장이 풀리며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간다. 수면시간을 조절해야겠다는 마음은 욕심에 지날뿐이고, 호텔을 향한 발걸음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한껏 달려간다. 얼굴을 때리는 버팔로의 눈내리는 칼바람과 얼굴에 닿자마자 내려녹는 눈이 발걸음을 보챈다. 씻는둥 마는둥 일단 이불을 둘러싼 채 몸을 녹이며, 시계알람을 맞춰놓고 낮잠인지 밤잠인지를 청한다.

MBE 시험을 위한 문제은행 계열의 Adapti Bar 라는 서비스가 있다. 대략 1800 개 가량의 기존 기출문제들 위주로 구성되어, 과목별 문제풀이 정오답 풀이, 통계, 문제풀이 소요시간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나처럼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딱 필요한 서비스이다. 둘째날 아침까지 출제문제의 경향과 패턴을 익히는 위주로 약 100개의 문제를 푸는걸 목표로 느즈막히 일어나 문제를 푼다. 1문제에 1분 40초를 쓴다고 가정하면 딱 맞다. 아니, 1시간에 35문제를 풀어야한다. 3시간에 200문제를 풀어야 하니까.

눈오는 버팔로의 밤공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호텔 안의 히터는 건조함만 더해주고, 끊임없이 물을 들이키며 시계를 확인하며 정오답을 확인해간다. 대략 서너시간이면 되겠구나.

2월 27일

시험 둘째날

둘째날이자 마지막날이다. 예상외로 첫날을 선방하는 바람에 기대치가 높아져버렸다. 크게 준비를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거 붙는것 아닌가?

뉴욕바는 400점 만점에 266점이 커트라인이다. 2월 시험자들은 대략 4월 말이나 5월 초에는 이메일로 성적을 통보 받는다. 1장으로 된 공식 레터에는 합격/불합격 여부만 나오고, 공식 성적표는 2페이지로 정리되어 나온다. MPT, MEE, MBE 각각 얼마씩을 획득했는지 잔인하게 해부하여 조각조각 알려준다. 한줄 한줄 성적표를 읽어가며 가슴이 찢어져나갔던 작년 4월의 기억이 떠올라 거북함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오늘도 선방하면 되는것 아닌가?

오전 세시간, 오후 세시간이 지나갔다. 오른편에 앉아있던 Oxford 법대 출신의 미국인 학생은 투덜댄다. 뒷자리에 앉은 영국에서 온 여학생은 왜이리도 시끄럽게 잡담을 하는건가. 200문제를 읽으며 풀어냈는데, 머릿속에 남은 문제는 별로 없는 듯 하네. 잘 본건지, 못 본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때는 withdraw 까지 고려했던 뉴욕바 2019 시험을 그래도 마무리 했다는데 스스로를 격려하기로 했다.

이제 내일이면 뉴욕으로 날아가 아내와 딸을 만나서 작년에 못다한 뉴욕 여행을 할 계획이니까.

버팔로에서의 셋째밤이 이렇게 저문다. 언젠가는 이곳에 다시와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퀘벡까지 날아가서 도깨비의 흔적들을 보게 될 날이 오겠지?

뉴욕주에서 인구수로 두번째 큰 도시라는 버팔로. 나에겐 뉴욕바 시험을 두번이나 치게끔 만든 곳이기도 하지만 이번엔 꽤나 정이 들었다. 눈 때문인가?

전화기에 남아있는 부재중 전화들과 쌓여버린 수백통의 이메일을 다시 확인하고, 카톡 채팅창의 1 을 없애가며,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그렇게 마무리했다. 시차로 15시간 늦은 이곳 버팔로 땅에서.



2월 28일

지금과 같은 모바일, 리얼타임 시대 이전만 하더라도,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게 될 경우, 실시간 업무는 고사하고, 인터넷 접속조차 다이얼업 또는 인터넷 카페랄 수 있는 PC 를 빌려서 시간당 비용을 들여가며 이메일을 확인해서 짧게짧게 끊어서 답변하는 정도였다. 덕분에 여행관련 책자들이 얼마나 날개돋친듯 팔렸었나? 지금은 로밍 또는 Sim 카드 하나 꼽는 순간, 실시간 인터넷이 열린다.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지옥문이 열리는 셈이다. 읽씹을 해서도 안될테고, 엽떼여? 엽떼여? 라며 통화불능을 변명이랍시고 내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라, 고용주 입장에서 조직의 운영을 책임져야 되는 입장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더 편한 출장 또는 여행은 있을 수 없다. 가급적 연락을 최소화 해달라고 아무리 부탁을 해본들, 쌓이는 이메일과 카톡 메세지들은 무언의 압박을 해온다. "너 지금 제 정신이니?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으흐흐흐흐, 얼른 열어보고 답하는게 어때? 시차? 그런게 뭐 중요해 요즘 세상에?"

오늘부터 여행을 해보려는데, 계획대로 될까? 시간마다 메세지 확인에, 이메일 확인에, 터지는 사건, 사고들에 일일이 대응하느라 오붓한 시간은 불가능한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 한 자리에 자리잡았지만, 일단 미리 걱정해서 풀리는 문제들은 아니니까, 건건이 풀어가는 수밖에.

버팔로에서 우버를 부르고, 손을 비비며 기다리고 있는데, 중국사람으로 보이는 친구가 말을 걸어온다. 공항까지 같이 가도 되겠냐고? 비용을 나눠서 가면 좋지 않겠냐고?
사람 인상이라는게 있다. 이건 뭐 누가 가르쳐줘서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껏 겪어오며 쌓여온 경험의 부산물이 아닐까? 어쨌거나, 우리 사무실 중국직원들 생각도 나고해서, 그러자고 했다. 아주 씩씩해보이는 인상의 아가씨. 의외로 영어발음이 아주 좋다. 우버 안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아마존 중국의 북경 본부의 법무부서의 팀장님 아니신가? 그 자리에서 Linkedin 친구먹고 서로를 소개하기 시작한다. 이런 작은 네트웍 확장 만으로도 출장 비용을 다 뽑은 셈 아닐까?

내가 어디서 아마존 중국의 북경 본부 법무 팀장님을 만나본단 말인가?

어차피 내야 했을 우버비용이기에 나누고 나발이고, 그냥 커피나 한잔 사라고 했다. 버팔로 공항 검색대에서 보안검색을 마치고,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인사치레라도 언젠가 만나게 될 일 있지 않겠냐고, 그쪽이 호주를 방문하던, 내가 베이징을 방문하던. 그렇게 워싱턴 DC 를 거쳐 북경으로 갈거라는 씩씩한 아가씨와 탑승게이트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뉴욕행 델타항공을 기다렸다.
온라인 시대이기에 델타항공 앱을 깔아서, 사전에 체크인을 해놓았는데, 저가 티켓임에도 불구하고, Comfort+ 로 좌석승급이 되었다. loyalty upgrade. 어째, 버팔로에서 재수가 좋다?

한시간 반 비행 끝에 정시에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서, 가족들과 지낼 호텔로 먼저 이동을 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어놓은 뒤, JFK 공항에 배웅을 가야하니까. 실수로, 나처럼 사설 택시 호객에 당해서 돈을 뜯겨서는 안될테니까. 차가 좀 막히긴 했으나, Port Authority 빌딩 옆에 위치한 Stay Bridge 호텔에 도착하고, 당당하게 체크인을 요청했다. 얼른 BagBnB 에서 맡겨둔 짐도 찾아와야 하니까.

이런, Booking.com 의 할인 때문에 VIP 계정을 갖고있는 아내가 부킹을 했었는데, 내가 당사자가 아니란 이유로 체크인을 거부하는것 아닌가? 이런 망할...
호주 Medicare 카드를 보여주며, 가족관계를 정부 공인 카드로 증명하겠다고 하였으나, 거부.
Mrs Park 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 아시아인들은 Mrs 가 단순히 기혼여부에 따라 본인 성에 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거부.

할 수 없이, 매니져 부르라는 진상을 부렸다. 아, 정말 그러고싶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결제카드가 내 카드로 되어있어서, 매니져를 설득하여 체크인에 성공하게 된다. 사실, 프라이버시가 강조되어야 하고, 투숙객 정보를 함부로 공유하거나, key 를 함부로 건내면 안되는 등의 여러 문제들을 고려한다면, 호텔 측 처사가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지만, 급하게 짐을 찾고 공항으로 뛰어가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초조하고 조급할 수 밖에 없었기에 진상짓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 가벼운 몸으로 공항으로 갈 터이니, 리디북스 페이퍼 리더기만 챙긴 채, 지하철을 타고서 Jamaica 방면 지하철을 타고가다, Airlink 지하철로 갈아탔다. 아주 쉽구나. Google Maps 하나면 안되는게 없는 모바일 세상. 구글, 사랑한다!


JFK Terminal 1 의 arrival 섹션에는 이미 사람들이 붐비며, 전광판에 따르면, 이미 동 시간대에 여러대의 비행기들이 착륙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들은 언제쯤 나올까?
두 시간 가까이 지나, 드디어 아내로부터 짧은 카톡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이제 짐 찾았어"



만세다! 총알택시를 만난 덕분에 맨하탄까지 목요일 밤시간임에도 30분 대에 주파해내는 기적을 만났다. 방글라데시에서 와서 비자를 받기까지 정말 큰 고생이 많았다며, 20여년간 미국에서 버티고 버티어 왔다는 택시 기사. 운전 도중 부인으로 짐작되는 이와의 언성을 높인 고성의 싸움(?) 으로 보건대, 그리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팁이나 조금 여유있게 주는 정도? 길거리에서 고생 좀 덜하게 해줬지 않나. 왠걸, 아내와 딸은 뒷좌석에서 몸조리며 30분여를 움츠린채 왔었단다. 택시 터지는것 아니냐고. 토요타 Prius (확실하지 않음, 하이브리드 차종은 맞았던듯) 택시의 가속능력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라고나 할까?

늦은 밤시간이었지만, 굶주리고 허기진 우리들은 배를 채워야했기에 호텔 근처 아무곳이나 찾아야 할 판이었다. 가급적,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으면 더 좋은 법.
마침, 지하철 역을 찾기 위해 헤매던 때에 보았던  2 Bros 라는 골목의 핏자집이 생각났다. 뉴욕하면 슬라이스 뉴욕핏자 아닌가?

세 식구 한 자리에 모여, 조각핏자 네 조각에 콜라 하나 나눠먹으며 또 풍성하게 배부르게 하루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정신없이 빨빨빨 돌아다녀야 할터이니.

3월 1일

이른 아침을 시작했다. 하루의 시작을 아우성치며 부르는 본능, 배고픔 때문이다. Stay Bridge 호텔은 조식이 포함되어있다. 호텔 조식이라는게 사실 크게 기대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 생각없이 배를 채우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맙기 그지없지. 평범한 조식 부페가 깔려있다. 스크렘블 에그, 후추맛이 가득한 소시지인지 고기 찌꺼기 부침인지, 간만의 체다치즈, 오렌지 쥬스, 건강과는 담을 쌓은 화이트 식빵에 버터와 설탕맛 가득한 딸기쨈. 단짠단짠으로 허기진 배를 달랜다. 세 식구, 그래도 감사함 가운데, 기대에 들떠, 바깥을 나섰다.

간밤에 눈이 왔었기에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들은 대략 4cm 가량 쌓여있는 눈들. 무더운 퀸슬랜드에서 살아오고있는 따님은 쌓여있는 눈들을 모두 만져보고, 밟아보며, 한껏 겨울 맛을 낸다. 1년 사이에 벌써 쑥 자라버려서, 작년에 입던 패딩 점퍼는 입을 수 없었기에 얼른 옷부터 사야했다. 예산을 감안하면 언제나 정답은 Uniqlo 로 귀결된다. 계절이 다르기에 그때그때 필요한 옷가지들만 땜빵용으로 구입해야하는 우리 입장에서 유니클로는 정말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유니클로에서 딸아이 옷을 고르던 도중, 1층에서 고성이 들려오며 소란스런 소동이 펼쳐졌다. 무슨일인가 싶어 살펴보니, 금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강도가 들었던 것이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괜찮겠지? 설마, 무장강도는 아니겠지?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지며, 아무 생각없이 옷을 고르고 있는 아내와 딸부터 챙긴다. "나오지 말고, 2층에 그대로 있어"


점원들 모두가 달려들어, 강도인지 좀도둑인지 구분은 되지 않지만, 일단 쪽수에서 밀려서 바닥에 깔린채, 죽어라 소리치며 버둥이는 괴한을 제압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전화기를 꺼내들고 촬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편으로 우습기도 했지만, 제압된 분위기 덕분이 아닐까 하며 오히려 서스펜스 가득했을 얼마전 상황은 어떠했을지를 궁금해하고, 더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을 가졌다는데 세월의 변화, 새로운 시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롱패딩으로 완전무장한 따님은 이제 기분이 한껏 더 들떴다. 세계최대 규모의 Macy's 백화점, 사실 쇼핑 위주의 여행을 고려한게 아니었기에 눈요기 위주의 플랜을 짰었는데, 건물 가득한 나무로 된 에스컬레이터는 완전 이색 아이템이 아닌가? 덜그럭거리는 이음새들이 맞닿는 소리가 그리 어색하지 않고 정겹다. 딸아이도 신기한 모양이다. 고풍스러워서라기 보단 말 그대로 신기함 그 이상은 아니겠지만.


뉴욕의 명물 중 하나인 플랫아이언을 지나, Chealsea market 방향으로 꺾었다. 작년에 뉴욕에 왔을때, 고단한 몸을 이끌고 스테이크 한번 먹으러 우버타고 다녀간 적이 전부였기에 이번에는 첼시 마켓을 한번 둘러보고 싶었다. meat factory 를 재활용해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비롯한 여러 음식점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게 여행의 묘미 아닌가. 그리고, 1997년 이래로, 우리의 여행은 늘 그러했다. 발로 빨빨빨 돌아다니며 몸으로 느끼는 여행. 책자가 가리키지 않아도, 여행잡지에서 누군가가 소개하지 않아도, 발걸음 닿는대로 빨빨빨.


가는 길에 익숙한 광경들이 펼쳐졌다. 짝퉁 플랫아이언. "어? 여기 익숙하지 않아?" 라는 말에 화답하듯, 눈앞에 자리를 잡은 Old Homestead Steakhouse! 소 한마리 잡듯, 폭풍같이 스테이크를 흡입하는 우리들 모습이 그리 어색하진 않다. 잘먹고, 잘웃고, 잘돌아다니는게 행복의 시작이니까.



꽤 걸은듯 하다. 첼시 마켓을 지나, High Line 을 거쳐, 40th street 까지 걸었다. 그 추위를 뚫고서. 푸르름이 넘칠만한 여름이라면 어떤 광경이었을까 라는 아쉬움을 연발하며, 그 풍경들 속에서 뉴욕을 찾았다. 세계의 중심이기도 하고, 빈부 격차 가운데 인간군상의 모든 모습들이 담겨있는 이곳 뉴욕. 흐린 날씨가 글루미 풍만함으로 우리를 감싸왔지만, 셋이서 호주에 두고 온 두 아들들 몫까지 이번에 모두 샅샅이 보고 가자는 마음으로 감격 가운데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이곳이 뉴욕이다. 세상의 중심. 여행자 자격으로 이곳에 왔지만, 느끼고 가는 것들이 많을 거야.

저녁으로 햄버거 명가, Five Guys 를 다시 찾았다. 역시 배신하지 않는 이 맛. 칠리와 할레피뇨를 추가하니, 아주 흡족한 맛이다. 아주 좋았어!

3월 2일

간밤에 함박눈이 내린 모양이다. 어제 내린 눈들이 녹다 말고, 살얼음을 온 도로에 펼쳐놓았고, 그 위에 또 새로운 눈들이 쌓였다. 이런, 그리고 계속해서 눈이 더 내리고 있다. 보나마나 따님은 신났겠다. 감수성 매마른 나는 젖게될 신발과 꽁꽁 얼어버리는 발 때문에 고생하는 건 아닐까란 아주 현실적인 걱정들을 아내와 나누고 있고 말이야. 마누라는 한껏 웃는 딸과 함께인 가보다. 마냥 좋은 가봐.

오늘 일정은 작년에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던, 브룩클린. 일단, 덤보를 향하기로 했다. Down Under of Manhattan Bridge Overpass 의 약자인 DUMBO. 사실, 난 솔직하게, 브룩클린 브릿지인줄 알았는데, 맨하탄 브릿지였어. 이런... 적당히 아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다. 정말. 하기사, 한강에 놓인 대교들을 순서 틀리지않고 읊어보라면, 내가 이민간지 몇년이냐고 물어야 될 수준인데, 오죽하면 미국 뉴욕 땅에 걸쳐진 다리를 어떻게 구분하겠어.

일단, 지하철을 타고 자유자재로 브룩클린으로 넘어간다. 눈길을 조심조심 거북이 걸음으로 헤쳐가며 가는데, 하얗게 펼쳐진 눈밭. 눈사람 하나 굴려서 만들어놓아야 덜 억울할 정도로 쌓인 눈들 아닌가. 권해보기도 전에 아내와 딸은 이미 snow ball 을 굴리고 있다.


이른 시간임에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가고 있다. 목적지를 제대로 찾은 듯 하다. 덤보. 내리막을 조금 내려가는데, 눈앞에 펼쳐진 철제다리의 굽은 모양이 익숙해보인다. 아, 여기가 덤보구나. 멋있다.



페리를 타고 브룩클린 윌리암스버그를 향할까, 아니면, 브룩클린 브릿지를 건너서 맨하탄으로 넘어가볼까란 두가지 옵션 중, 브룩클린 브릿지 건너기를 택하고서, 미국 내에서도 유명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구조물 중 하나라는 브룩클린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도 대교 하나 건너본 적 없는 우리가 뉴욕 명물 브룩클린 브릿지를 30분에 걸쳐서 건넌다니... 아이러니다. 서울 역시 관광목적으로 들렀다면 달랐겠지?



좌측에 조그맣게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 나무 패널로 엮어진 브룩클린 브릿지의 발판. 쌩쌩 달려가는 좌우로 늘어선 자동차들. 무엇하나 새롭지 않은게 없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이렇게 여유라는걸 갖고 주변을 둘러보는게 마냥 좋다. 눈을 맞으며 걷는건 또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구나. 내 고향 대구는 눈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다. 폭설 자체로도 큰 뉴스가 되는 곳이니. 적어도 내가 자라던 80-90년대에는 그랬다. 아직도 기억속 가장 큰 대설은 1992년 12월로 기억되던 그때 그시절, 고등학교 운동장에 쌓이는 눈을 놓고서 놀았던 때이니까. 아, 2001년 겨울 서울에 내린 대설도 기억이 나네. 회사 워크샵 가기 전날 폭설이 내려서, 갈 수 있네마네 고민했던 그 시절.

사람 기억이라는건 참 희안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뭉개뭉개 갖다붙일 수 있는 기억들은 끝도없이 붙여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맨하탄 땅을 다시 밟았다. 추위에 떨던 몸을 식히기 위해, 뜨거운 찌게로 통일하고, 북창동 순두부 집으로 향했다. 일단, 뉴욕 지하철을 꿰고 나니, 못하는게 없다. 물론, 모바일폰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땡큐 구글!

LA 와는 또 다른 뉴욕의 북창동 순두부 시스템. 맛도 당연히 다르지만, 맵고 짠 기운이 온 몸에 생기와 활력을 다시 불어넣어준다. 따님은 물반, 찌게반으로 배를 채우고, 엄마 아빠 기분을 맞춰주며 좋아라한다. 간만에 바나나 우유를 먹게된다는 기쁨 때문이었을까?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H Mart 란 곳의 물건의 다양함과 붐비는 손님규모에 놀라고, 냉장고를 가득 채운 반찬류에 기겁을 했다. 김치 종류는 도대체 몇가지인가? 찐 고구마에서부터 튀김류까지 도대체 없는건 무엇일까? 달러 표기만 제하면 뭐 한국보다 밀리지 않을 판인데?

채비를 다시 갖추고, IB 공부를 하는 둘째 아들 생각에 학습자료라도 찾을 요량으로 Barnes and Noble 서점으로 향했다. 5th Avenue 에는 없는게 없으니까. 그렇게, 아들들 선물들을 챙기며 떨어져있는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또 하루를 마무리했다. 농구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NBA 샵에서 건지는 아이템들만큼 좋은건 없을테니까. 아빠가 스포츠를 같이 즐겨줄 수 없다는게 참 미안하다. 애들이라도 스포츠 즐기는 아이들로 자라줘서 그나마 낫달까?



3윌 3일

자, 쉬어가는 하루다. 미리 호주에서 뮤지컬을 2개나 예매해놓고 왔기에, 낮에 Wicked, 밤에 The Lion King 을 볼 예정이다. 아니, 예정이 아니라 반드시 보아야 한다. 티켓 구입까지 다 끝나있기 때문에 물리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까. 게다가, 자리배정도 신경써서 비싼 곳으로 해놓았으니까, 무슨일이 생기더라도 이것만큼은 반드시 해야한다.

작년에 왔을 때엔 Aladdin 을 봤었는데, 아직도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물론, 디즈니 만화를 갖다놓은 수준이지 않냐라고 묻는다면, Yes, but ... 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지만, 무대위에 고스란히 올려놓은 센스와 만화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을 배우가 분장과 육성 라이브로 풀어낸 것 자체가 돈값하는 볼거리였으니까.

오즈의 마법사 이전 이야기를 엮었다는 Wicked 는 책을 사두고도 아직 읽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상태였지만, 까짓거 뮤지컬인데 뭐 어떠하리라는 기분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이런 제길. 줄거리라도 컨닝을 하고 왔어야 했던건가?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도 기억나지 않으니, 노래로 이어가는 스토리가 와닿지를 않는다. 인터미션 기회를 틈타 반드시 줄거리를 훑어보아야겠다는 일념 하에 일반 대사들을 쫓아가며 공연을 보자니, 의외로 공을 많이 쏟아야 하는것 아닌가. 그냥 즐기는 자세로는 줄거리를 따라갈 수가 없네? 옆자리에 앉은 딸아이와 아내는 어째 전부 이해하며 즐기는걸로 보이는거지? 내가 어딘가 잘못된건가? 며칠 수험생 수준으로 세상과 떨어져살았더니 귀가 먹은건가?

Mika 의 Popular song 도 Wicked 에서 따온 노래였구나. 노래의 수준이 가공할 정도다. Defying gravity 는 여기서 나온 노래였구나. 귀가 행복하다.

드디어 Wicked 공연이 끝나고, 다음 공연까지 비는 시간동안 빗속을 뚫고서, 필리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맛보기 위해 Shorty's 라는 바로 향했다. 1997년 7월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Jack in the Box 라는 프랜차이드 패스트푸드 점에서 맛보았던 Phily Cheese Steak sandwich 는 그 이후로 20여년 동안 맛 볼 수 없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심지어, 두시간 반동안 차를 렌트해서 필라델피아를 다녀올까를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으니까.

소란스러운 소음 반, 음악소리 반, 현란한 스포츠 중계화면으로 가득찬 Shorty's.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이었지만, 한 입 베어무는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Shorty's 는 대박이다. 심지어, 맹물같았던 라거 맛까지 꿀맛으로 바꿔주는 필리치즈 스테이크. 이것은 정말 죽기전에 반드시 먹어야 할 하늘의 선물이랄까? 이 맛을 모르는 따님이 안스러울 뿐이다. 바베큐 소스로 칠갑한 치킨윙이 무엇이 그리 맛있을 수 있다고, 이걸 마다하냔 말이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나니, 또다시 다음 공연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장전되었다. 두시간 가까이 달리게 될 라이언킹이 두렵지 않아. 게다가, 라이언킹은 내가 생애 최초로 극장에서 본 디즈니 만화가 아닌가. 엘튼죤의 음악 덕분에라도 몇번이나 보고 또 보았던 녀석. 좋아, 만화를 얼마나 제대로 갖다놓았을지 보도록 하자.

아내는 2013년 시드니 공연을 보았었기에 비교하는 재미를 보너스로 갖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엔 앞자리 아닌가. 2013년에 뒷좌석을 끊어준게 오히려 미안해지는 순간.

공연이 끝나고, 열을 지어 공연장을 떠나는 사람들의 행렬 가운데서 심장은 쿵쾅이고 있었다. 아~ 더 백야~~~~ 인지 뭔지로 귀에 익은 Circle of Life 가 귀에서 울려온다. Times Square 의 밝은 사인들이 그 열기를 돋궈준다. 수십년째 브로드웨이를 지키는 베스트 뮤지컬 중 하나인 라이온 킹.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이거 정말 제대로구나.

저 배우들은 얼마나 손발을 맞췄을꼬. 배우들 외에 무대 뒤에서, 무대 아래에서 극을 보조하며 지원하는 이들의 수고는 하나의 작품이 되어 우리에게 이렇게 스며들고, 남게 되는 것이겠지?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공연이다. 브로드웨이의 잘 짜여진 공연장 규모는 아마도 각 공연에 맞게끔 구성된 것이겠지? 아내의 말에 따르자면, 시드니 공연장이 훨씬 더 넓어서, 뉴욕에서의 공연과 그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고 한다. 어쨌거나, 나는 본토에서 진성 팀으로 구성된 공연을 제대로 보고 간다. 지금 느낀 감정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에게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최선을 다하는 1인들이 하나 둘 모여 전체의 합을 제대로 이루었을때의 진정한 감동이 나에게 전해졌다. 내가 하는 일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의뢰인의 사건을 팀원들과 함께 제대로 진심을 다해 풀어가며, 마음과 능력을 합하여 갈 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3월 4일

아내는 박물관을 좋아한다. 무엇이든 궁금한게 많아서라기 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직접 생으로 눈으로 보고, 달려있는 주석들, 연관작품들 같은 것들을 둘러보는걸 좋아하는 것 같다. 반면, 나는 박물관에서 재미를 찾아본 적이 정말 평생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 각종 프로그램에 들어있던 박물관 견학이야, 함께 가는 친구들과의 잡담을 풀어놓는 배경 그 이상도 아니었고, 여행지에 필수항목으로 구성된 박물관들도 사실 점 찍어가며, 사진이라는 기록을 남겨놓는 것 이상으로 여겨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병특 시절 해외여행이 어려워 제주도로 향했던 신혼여행지에서의 여미지 식물원 같은 곳도 그럴진데, 하물며 박물관이라니...

식물원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개인적으로 Singapore 의 Gardens by the Bay 를 가보고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 규모와 구성, 완성도에 놀라지 않을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다만, 작년에 제대로 못 즐겼던 이유를 굳이 꼽자면, 하루에 걸쳐, 자연사 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2개를 한 큐에 끝내는 일정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때만 하더라도, 올해 다시 뉴욕바 시험을 치러 올 계획이 전혀 없었으니, 빠듯한 일정에 뉴욕을 모두 집어넣고 돌아가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역시나, 하루를 할애해서 느긋하게 달아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그 재미가 참 쏠쏠했다.

교양이라는 부분. 개인적으로 정말 취약한 점 중 하나인데, 그 중 특별히 서양사, 서양미술 등은 완전 저능아 수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무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것 아닌가? 콩나물 시루에 끈질기게 부은 물 같은 효과랄까? 듣고 보고 지나갔던 것들이 이제서야 온전히 그 모양을 드러냈다라고 할 수 있는 정도?

게다가, 아내가 옆에서 계속해서 재잘대며 동시설명을 해준다. 고흐와 모네에서 시작한 여러가지 이야기들. 그래, 내가 전문가 할 요량은 아닐지라도, 이제 이 화가들의 작품에 새겨진 화풍이나 감정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 아닌가? 많이 발전했다. 역시 눈 뜨고 크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구나. 소설책도 두번 세번 읽을때, 매번 그 감상이 다를진대, 그림 한장에 녹아있을 화가의 감정을 읽어내야 하는 것이 어떠할 것인가?

올 해는 그림을 느끼는 해로 여기도록 하자. 천천히 그렇게 세상을 이해해가는거다. 다음에는 조각품이 될지, 어떨지 누가 아랴. 5000년의 세월을 담았다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43년 세상을 살아온 내게 드디어 점수 한 표 얻었다. 다음에 내가 다시 뉴욕을 방문한다면, 다시 들르도록 할께. 그때는 내 감상포인트도 또 달라져있겠지.

그러고보니,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오는 길에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 왔다는걸 빠뜨릴뻔 했네. 그래서인지, 정말 다리가 아픈 하루였다. 얼마나 걸어다닌걸까?

3월 5일

호주 환율의 대폭락. 최근 십년 사이에 가장 낮아진 환율. 경제지의 헤드라인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여행을 다니는 우리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다. 덕분에, 이번 여행의 테마 중 '쇼핑' 이라는 것은 아예 빠져있거나, 무시되다시피 했었다. 하지만, 두고 온 아들들 생각을 하자니, 천쪼가리 몇개 NBA 숍에서 산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명품으로 치장할 것도 아니고 하니, 우리의 선택지는 간단했다. 간다! The Mills at Jersey Gardens. 다행인건 우리 호텔이 Port authority terminal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실제 Elizabeth city 까지 40분 미만에 총알같이 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New Jersey 는 의류상품은 소비세가 붙지 않는다. 그리고, 타 악세서리 상품같은 것도 뉴욕 대비 소비세율이 더 싼 것 같다. 비교를 제대로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귀찮아서 지금 굳이 조사해서 비교해놓을 정도로 궁금하지는 않네. 어차피, 뉴욕에서는 안 살거고 (앞으로라도), 사게되면 링컨 터널 지나서 뉴져지의 Jersey Gardens 로 오면 되니까.

Coach 에서 대박 아이템으로 아들들 가방과 지갑을 건지고, Levi's 에서 청쟈켓 패밀리 룩을 완성하고 (당연히 아빠는 제외) 기타 여러 매장에서 아기자기한 아이템들로 트렁크 하나를 채운다. 이 모든것들을 다 했는데도 어라? 얼마 안 썼네?

블로그 안내 글에서 누군가는 무려 여섯시간동안 쇼핑을 했다고 하던데, 우리는 여덟시간을 보냈다. 와.... 어젯밤 다리 아프다고 그렇게 투덜댔던 우리였는데, 여덟시간을 쇼핑몰을 헤치며 다닌것이다. 그 짐들을 갖고서.

3월 6일

내일은 아침부터 부랴부랴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가야할 판이니, 오늘이 현실적으로는 뉴욕에서의 마지막 여행날이랄 수 있다. 못다한 것들을 따지자면야 끝도 없겠지만, 브룩클린에서 Williamsburg 를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던터라, 그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번엔 맨하탄으로 넘어올때, 다리를 건너오는 기차를 타보기로 했다.

하필이면, 여행 기간 중 가장 추운날이라는 오늘. 영하 10도 가까이 되는 최저기온에 일단 먼저 기세가 많이 죽었다. 어떻게 하면 큰 피해없이 하루를 잘 버텨낼 것인가가 지상과제이다. 자, 출발에 앞서 Shake Shack 버거로 배를 든든하게 채워볼까?

개인적으로 Shake Shack 의 패티는 너무 짜다. 하지만, 버터 가득한 번 자체는 달콤함을 불러일으키고, 여기에 쐐기를 박는 밀크쉐이크의 뻑뻑한 달디 단 당도는 단짠단짠의 최종 보스 끝판왕이랄 수 있다. 여기에 늦은 아침에 대한 보상심리로 인한 더블버거. 완벽해!

영하 10도? 무섭지 않아를 외치며, 지하철을 타고 Bedford 역으로 향했다. 그래피티 벽화들이 브루클린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곳이라는데, 이마저도 을씨년스러운 날씨를 이길 수는 없나보다. 맨하탄이든 브룩클린이든 그 나름의 맛보다는 "춥다" 로 정의되는 2019년 3월의 뉴욕여행. 온 가족이 외투에 얼굴을 파뭍고 땅만 쳐다보며 걷는다. 목적지를 향해. 거리에 펼쳐진 그래피티 따위는 쳐다볼 여유가 없는 게지. 뉴욕 여행은 정말 겨울 아닌 다른 계절에 와보고 싶다.

드디어, 공방거리를 지나 목적지인 Devocion cafe 에 도착했다. 실내를 들어서니, 온도 차이에 고막이 팽창하며, 두통을 불러온다. 하지만, 카페 가득한 커피향과 갖 구워내놓는 크로와상 향이 쉬어갈만한 곳을 극구 주장하는듯하니 마음은 편안해지는구나. 뉴욕 시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맑은 하늘이 카페 중앙에 위치한 투명창을 통해 하늘에서 쏟아져들어온다. 역시, 유명 블로거들이 그리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만한 곳이로구나. 분위기 좋네. 아니나 다를까,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팀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아직도 배 안 가득한 Shake Shack 더블버거 덕분에 우유가 들지않은 아메리카노 한 사발. 아내는 어김없이 카푸치노다. 따님을 위해 warm milk 를 시켜줬는데, 꿀을 태워다주는 황당한 센스는 무엇인가? 우리딸 꿀 안 좋아하는데?

그나저나, 커피 다 마신 뒤, 저 냉기 어린 길거리를 또 어떻게 헤쳐갈 것이란 말인가? 게다가, 아내는 이대로 뒤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하다. 브룩클린에서 건너보는 맨하탄의 정경, 이를 위해 East River State Park 를 찍을 심산인게다.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큰 맘먹고 채비를 한다. 걸어서 대략 20-30분 거리를 딸을 구슬려 가본다. 회사 비품으로 장만한 Osmo Pocket 을 손에 쥐어주고, 평생에 남을 광경들을 한번 찍어보라고 얼르고 달랬다. (후일, 돌아와서 확인하니, 길바닥은 정말 원없이 찍어놓았더라)

야경으로 봤어야 제대로 였을 법한 곳이 바로 이곳, East River State Park 였겠지만, 대낮에 바라보는 맨하탄 방향 (정확하게는 East Village 섹션) 도 이색적이었다. 다 좋은데, 바람이 너무 차. 얼어죽을 것 같아. 이신전심이었을까? 당장 우버를 불러타고 Marcy Avenue 역에서 J 라인 기차를 잡아타고, 드디어 덜컹이는 기차로 Williamsburg Bridge 를 건넌다. 이건 또 Brooklyn Bridge 를 걸어서 건너는 것과 완전 다른 기분 아닌가?

참, 제대로 해보고 가는구나. 2019 New York!

MSG 부근에 내린 뒤, 아내와 딸은 Target 에서 호주에 없는 과자를 비롯한 각종 간단한 이색아이템들을 둘러보기위해 갔고, 나는 Macy's 의 스타벅스에서 추운 몸을 녹였다. 마지막 날이구나. 이제 돌아가면 또 미친듯한 업무량을 소화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야겠지? 그리고, 다음 휴가, 여행을 기대하고 고대하는 기다림을 갖게 되겠지? 그래, 이런 기억들이 모여서 추억으로 남게되고, 후일 뒤를 둘러볼때 미소짓는 과거로 남게 될 것이다.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라도, 긍정으로 무장하고 이겨내고 극복해내고, 버텨낸다면 이런 작은 보상들이 주어지게 되고, 이렇게 추억으로 남게 된다. 나만의 추억, 아내의 추억, 그리고 딸의 추억. 그것들을 모으면 또 다른 입체적인 추억으로 모아지고 그려지겠지.

이런 기회를 허락해준 회사, 파트너, 동료들, 그리고 두 아들들이 정말 고맙고, 보고싶어지는 순간이다.

마지막을 효동각에서 짜장면과 짬뽕으로 마무리하며, 호텔로 향했다. 이제 부산하게 짐정리를 해야할 순간이니까.

3월 7일

밤새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뒤늦게 시차적응에 실패한것도 아닐테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설레어 그런것도 아닐테고. 아무래도 근심거리들이 둑터지듯 슬금슬금 기어오르기 때문 아닐까? 사람인 이상 크고작은 근심거리즐은 있게 마련이다.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우선순위에 맞게 조정해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뒤로 미루기 보다는 부딪혀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한 법. 자,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돌아가서 하나씩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할 시간. 자, 스무시간 가까운 비행 길을 한번 나서볼까?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

출퇴근을 위해 운전을 오래해야 하는 입장에서 라디오, podcast 등의 귀를 즐겁게해주는 것들 덕에 지루함을 얼마나 덜 수 있는지, 감사 가운데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사람 욕심은 끝을 알 수 없다했던가? 수없이 많은 재미난 유튜브 클립들을 어떻게 보거나, 최소한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실시간이면 더 좋겠고, 데이터 사용량 등을 고려해서 안된다면 저장해서라도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재미난 유튜브 클립들은 누가 입맛에 맞게 골라서 찾아주지?

하나씩 찾아서 재생목록에 넣어야 하나?

아니면, 친절하게도 다른이들이 만들어놓은 재생목록에 업어가면 될까?

영상들을 그냥 mp3 로 다운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찾은 녀석이 바로 YouTube PlayList Downloader!


사용법도 참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흠이라면 시험판 사용 후, 유료버전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 정도?



먼저, 위와 같이 본인이 원하는 재생목록 (playlist) 을 브라우져에서 찾는다.




이후, YouTube Playlist Downloader 를 실행하고, 다운받을 최종파일을 비디오 또는 오디오, 그리고 그 품질을 결정하고, 시원하게 다운로드 버튼을 누른다.


이제, 인터넷 품질에 알맞게 원하는 파일들이 원하는 포맷으로 다운된다.


이렇게, 내 차에는 아래의 멋진 프로그램들이 장시간 운전을 설레게 만들어준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101개 에피소드
  • 나는 가수다, 200개 베스트
  • 김정은의 초콜릿
  • 윤도현의 러브레터
  • 복면가왕 베스트모음
  • 컬투쇼 레전드사연 베스트모음

2016년 운전은 얘들이 책임지는걸로.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

어려울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은 모두들 한국땅에서 생업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을터이기에 이국땅에서 어렵고 힘든일을 징징댈수는 없는일이다. 게다가, 이제 식구들이 하나씩 불어가며 가장으로서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해가야 하는 이때에 그 어깨에 얹힌 무게야 얼마나 대단할까...

사실, 호주 역시 글로벌 경제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서 현재 생활경제에서 피부로 느끼기에 그 심각성이 생각보다 자못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느라 지친 나에게 이런 여건은 상당히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려울때 힘이 되어주는 칠리가 있다.

칠리?고추먹고 맴맴 힘낸다는 소리일까 싶겠지만, 사실 오늘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며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본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화이팅을 외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주는 젊은이 칠리를 아직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주고픈 맘에 간만에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등에는 막내 하음이를 업고서... ^^)

사실, 칠리닷컴의 주인공인 이찬양씨의 영문 이름은 찰리이다. 아마도 7lee.com 이란 사이트명은 챨리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지않을까 싶지만 뭐 어쨌거나 도메인명이 짧고 인상깊어서 절대 까먹을일은 없다. ^^

자전거 하나에 수십 킬로그램의 짐을 챙겨서 전 세계를 누벼보겠다며 인천항을 떠나 중국으로 향한 이찬양씨에겐 무모함보다는 그 용기에, 젊은 나이의 귀한 시간의 낭비에 대한 우려보다는 그 도전정신과 소중하게 쌓여가는 세계인과의 교류와 인연에 박수를 보내게되고 간접경험을 통해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요즘은 자주 등장하는 일이 없어보이지만, 중국에서의 소설같은 인연들 중 하오덩 씨였던가? 그 분은 번역기 돌려가면서 안부확인도 하고, 댓글도 남기는걸 보며 정말 세계를 누비는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독서를 통해 지은이의 경험을 간접경험할 수 있다 라는 초등학교 수업시간에나 배운 '독서의 장점' 을 찌라시들이 난무하고, 고속 정보화 세계의 조각조각 퍼져가는 뉴스들 사이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 인터넷 세상에서 이런 주옥같은 웹사이트를 만나게 된 건 정말 우연한 일이었다.

(어디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지 기억조차... -.-)

찰리라는 영문이름을 쓰는 이찬양씨는 본인 스스로는 신앙이 그리 깊지않다고 하지만, 매일같이 자전거 여행을 하며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얻어 잠을 청하는 가운데서도 '마음의 양식' 으로 성경을 읽고, 귀하게 모인 후원금을 선교단체에 헌금하는 모습들은 진짜 나같은 나이롱 크리스챤은 본받아야 할 점이다.

2008 년 4월 처음 7lee.com 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을때, 큰 기대는 없었다. 그냥 여행기 읽어보는 기분삼아 습관처럼 스크롤을 마구 내리다가 그만 앉은 자리에서 네시간 가까이 차례로 챨리의 자전거 여행 중국편에 푸욱~ 빠지게 되었다. 사실, 아직 계획된 여행의 일부만 진행된 상태에서 제3자가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낸다는게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국편' 이 가장 재미있는 찰리의 자전거 여행기이다.

그만큼 풋풋하고, 소설처럼 펼쳐지는 여행기 초반의 사연들에 매료되며, 숨어있는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변함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세계를 여행할 이찬양씨의 앞날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길 진심으로 기도하며, 건강하게 계획한 여정을 완수할 수 있기를 멀리서 응원한다.

힘들고, 지쳐있을때 힘이 되어주는 칠리닷컴!

최근 여러모로 난관에 빠져있는 나에게 힘이 되어주길!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

로스쿨 1학기 기본 필수 법과목 중 ALS 과목의 tutorial 수업(로스쿨 토론수업 - 매주 과목별 1시간 1회, 교수1인당 학생 최대 12명) 중 실제 법정케이스를 두고서 판결의 핵심이유(ratio)를 뜯어서 분석해보고, 이를 판례로 삼아 유사한 케이스들에 적용하는 방법들을 다루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국 및 일본을 비롯한 civil law 에서의 판례의 무게와는 달리, 영국식 common law 의 절대적인 영향 하에 법체계를 발전시켜온 나라들(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소위 case law 라는 이름 하에 상급 법원에서 내려지는 판결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뭐, 일명 doctrine of precedent 하에 판결의 핵심이유가 되는 내용이 두고두고 효력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에 사소해보이는 사건이 역사적으로 큰 영향력을 불러올 가능성이 언제 어디에나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해당 수업 제10주차에 주어진 재판 내용은 아래와 같다.

소송의 배경

1967 년 5월 12일 Decca Records 를 통해 발표된 Procol Harum 밴드의 싱글 "A Whiter Shade of Pale" 은 발표 직후 영국 음반챠트를 석권하였으며, 직후 미국 시장에서도 돌풍을 불러일으킨 명곡이라 일컬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러한 공전의 성공은 1968년 3월 26일 제 13회 Ivor Novello Awards 에서 International Song 으로 선정되고, 2004년 롤링스톤즈 지의 500 Greatest Songs of All Time 에서 57위에 선정되는 등 프로그레시브 롹의 역사를 쓴 밴드이자 명곡으로 불리우게 된다.


음반 발표이후 무려 40년 가까이 지난 후, 당시 오르간 연주자인 Matthew Fisher 가 Procol Harum 의 리더이자 해당 곡의 작곡자인 Gary Brooker 및 레코딩 저작권자인 Onward Music Ltd 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소송의 핵심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체 4분 길이의 해당 곡의 첫 8 마디에 해당하는 인트로는 바로 Matthew Fisher 의 순수 작업이며, 원 작곡자 Mr. Brooker 의 기존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른 창작물에 해당되며, 실제 이 인트로가 곡의 생명을 좌우할 수준이므로 공동 작가로서의 등재와 함께 이제까지 벌어들인 로열티의 50% 를 요구한다.

실제 판결문에는 상세한 배경내용과 함께 전문가의 견해를 담은 여러 내용이 드러나있지만, 따분한 법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치기로 하자.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곡이길래 초반 인트로 8마디가 저작권의 50% 를 주장할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것일까?

실제 토론수업 준비에 바쁜 모두였지만, 이 노래를 제대로 찾아서 들어본 애들은 별로 없는듯했다. (사실, 로스쿨 토론수업은 준비만으로도 녹초가 될만큼 그 로드가 상당하다.)

판결의 근거가 어떻느니 등등을 따지고 있는 와중에 때마침 스윽 유튜브에 접속해서 우리들 앞에 이 추억의 명곡을 틀어재껴주시는 담당 교수!


순간 모두들 얼어죽은 듯 모션을 멈춘 채 오르간 연주에 빠지게 되었다.

아!!! 이 곡의 이 소절이라면, 로열티 50%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을듯...

게다가, 공동작가 주장은 역시 터무니 없지 않은 듯 했다.


해당 판결은 2006년 11월에 Matthew Fisher 의 공동작가 등록을 인정함과 동시에 향후 수입 40% 를 Mr. Fisher 에게 인정한다고 판결되었다.

앞으로의 수입 40% 를 인정한다면, 과거 수입에 대한 40% 인정은 왜 못한 것이냐에 대한 몇마디 대화가 오갔으나 타임벨 덕분에 더이상의 이야기는 뒤로 한 채 다음 수업을 위해 인상깊었던 이 추억의 명곡에 대한 내용은 기억 저 뒷편으로 보내버리려 했으나....

사건은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러니 하게도 2008년 4월 4일 영국 Supreme Court 에 원 작곡자 Mr. Brooker 가 상고를 한 결과에 대한 판결이 났다.

결과는 1심의 판결 내용 중 향후 40% 의 로열티 배분 부분을 전면 뒤집고, 일체의 로열티 배분을 불허한다는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물론, 공동작가 등록 인정부분은 여전히 인정되었지만, Mr. Fisher 의 쓰린 마음은 어지간해서는 도저히 수습 안될 것이 자명하다. 아무리, 본인은 돈이 소송의 목적이 아니었다라지만...

라디오를 비롯해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자주 들어오던 추억의 명곡 뒤에 이런 골치아픈 사연들이 꼬여있었다는 사실에 여러 부분에서 놀라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다음 학기에 듣게 될 Remedy 와 Obligation 과목이 심하게 기대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

산업화, 공업화의 주역이자 미국 자동차 산업의 산증인으로 당대를 지배하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패권이 일본을 비롯해 높은 가격대 성능비를 자랑하는 외산업체에 넘어감으로써 왕년의 위용을 잃은지 이미 오래다.

각종 노조 등의 세력권 하에 자동차 업계의 기형적인 비용구조를 형성함으로써 큰 짐이 됨은 물론이며, IT 기반의 지식사회로의 전환에 동참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상대적 소외감 등도 적지않았으리라 예상된다.
(한번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순전히 느낌만으로... -_-;; )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수모는 어디까지 이어질것인가?
 
매년 미국 FBI 는 Crime in the United States 제하의 통계자료를 발표해온 모양이다. 연방차원에서의 법 집행기관이 이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문제는 이런 데이터를 일반화해서 이슈성 기사 또는 별도의 레포트 형태로 배포/발간해버리는데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기사를 받아들이는 아주 일반 시청자/독자/유져 입장에서는 이런 반박보도를 오히려 못 들은것만 못하다는데 있다. :-(
 
반박보도가 풀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데이터 또는 레포트가 풀린 사실조차 몰랐으나, 친절하신 CNN 기사 덕분에 앞으로 당분간은 디트로이트가 아주 위험한 도시구나 란 생각에서 헤어나오질 못할 것 같다.


-_-;;


문제의 발단은 FBI 에서 발표한 Crime in the United States, 2006 의 데이터를 CQ Press 란 곳에서 내부 판정기준에 따라 각 범죄유형별 데이터 등에 대한 가중치, 해당 지역의 인구 등의 몇가지 변수를 적용하여 전국구 일반 범죄랭킹 레포트의 형태로 발표했다는데 있다고 한다.
 
해당 레포트에 따르면, 미국 내의 가장 위험한 도시와 가장 안전한 도시의 Top 10 순위는 아래와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위험한 도시 Top 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안전한 도시 Top 10

 
아마도 해당 도시의 주민들,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이들의 압력이 미치는 정부/정치 관계자들 등이 모두 반발을 하였음이 분명하지만, CQ Press 란 곳도 하루 이틀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이 무려 14년째 도시별 범죄랭킹 레포트 발표인터라 별달리 물러설 기색은 보이지 않는듯 하다.
 
그냥 이참에 CSI 디트로이트 한번 프랜차이즈로 뽑아보지?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CSI: DETROIT ??? 쿨럭~

 
참고)
호주 통계청에서 발표한 호주 범죄기록 관련 데이터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

지난 월요일, 큰 아들 기성이가 일곱번째 생일을 맞았다. 교회 주일학교 친구들을 위해서 주말부터 큼지막한 케잌 한판, 학교 친구들을 위해서 또 큼지막한 케잌 한판, 그리고 마무리로 우리 식구들끼리는 조촐하게 비어드파파스의 슈크림으로 생일파티를 마쳤다.

워낙에 초콜릿 머드케잌을 좋아하는 아들들인터라 케잌 한번 만들어줘볼 순 없을까 하며 뒤적뒤적 하다가 충격적인 웹사이트를 하나 만나게 되었다.

사실, 연이어서 이미지로 때우는 글을 올리게 되어서 살짝 미안할 지경이지만, 그래도 슬럼프에 빠져서 블로그를 방치해두는것보다야 낫겠거니란 심정으로 firefox 와 DownThemAll 플러그인으로 무자비하게 이 문제의 Astonishing Cakes 란 웹페이지의 이미지를 긁어붙인 뒤 어때요? 굉장하죠??? 정도로 아주 성의없는 글을 하나 올릴까 했다. ;-)
 
여기서 먼저 상상초월의 케잌들 모습을 몇가지 샘플로 한번 봐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컴팩 프리자리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불, 30불짜리 사먹는 케잌만으로도 아이들 입이 귀에 걸릴판인데... 이 모든게 케잌이라고???
아트 수준에 올랐다는 말이 왜이리 촌스럽고 삭막하고 보잘것없는 형용어구로 느껴지는걸까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했건만, 이건 보기에 좋은 정도를 넘어선 케잌이어서인지 도저히 부담되어서 베어먹을래야 먹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도대체 이런 케잌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건지 괜시리 궁금해지는것 아닌가?
 
cake decorating 을 별도의 한 쟝르의 슈가 아트로 새롭게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여러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듯하고 이 중 특별히 digg.com 에도 소개되어있는 Michelle Wibowo 라는 아티스트의 웹사이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 이 여자도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건축학도 출신의 정교함이 묻어나는건가? -_-;;
 
작품 하나를 만들 때 얼마나 정성들여 만드는지에 관한 Michelle Wibowo 의  자료영상이 있기에 소개한다.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노력해서 대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만큼 신나고 보람찬 일이 또 있을까?
케잌 몇쪼가리 좀 찾아서 뒤지다가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 저녁 시간이다. ;-)

마침, 티스토리에 1UP 님이라는 분께서 티스토리 로고로 된 아트케잌을 보내신 모양이다. 이런 재주 가지신 분들 너무 부러워~~~~~ ^^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진 이래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나, 정보소통의 제한이 사라지고 글로벌 사회에서 여행을 비롯하여 국가간 교류가 여러 형태로 일반화된 이후부터는 소위 살기좋은 나라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유난히도 관심있게 지켜보게 된 듯 하다.
 
사실, 살기좋은 나라 라는 표현보다는 살기좋은 도시 또는 살만한 도시 순위지수(World's Most Livable Cities) 의 형태로 매 년단위로 꽤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각종 변수들을 고려하여 해당 기관의 이름을 걸고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체계적으로 발표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Mercer 컨설팅 그룹과 세계적인 경제잡지 기업 The Economist 의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 이 있다.
 

BusinessWeek 및 Mercer 그룹 2007년 발표자료World's Top 100 Most Livable Cities 제하에서는 Mercer 컨설팅 그룹의 자료를 토대로 랭킹을 발표하였다.


좋은 직장, 사회적 교류의 기반, 교육의 기회 등을 위해서 도농현상이 두드러졌던 1960년대 1970년대 이후, 이제는 새로운 삶의 기회를 한 국가 내의 이사/이동을 넘어서 국가간 장벽을 넘어선 이민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제, 이민자 유입이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호주의 경우에 2005~2006 회계년도 사이의 분석자료만 보더라도 이러한 이민추세는 최소한 호주이민에 있어서는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민희망국 중 호주가 손꼽히는 것도 아마 위와 같은 삶의 질 만족지수, 살기좋은 도시 순위 등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호주 이민성 발표 이민자 동향 정보2005~2006 회계년도 호주 이민자 동향 분석자료

 
물론, 준비안된 이민은 새로운 삶의 기회는 커녕 큰 낭패로 귀결될 수도 있으며, 애초에 이민이란 수단이나 과정이 특정인의 본성을 넘어서는 대상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실제, 이민와서 성공할 준비가 된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기회를 때와 장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드시 잡을 수 있음이 분명하다고 믿는다. ^^;
때문에 살기좋은 나라나 살기좋은 도시라고 무작정 그곳에 가서 살 수도 없는 법이며, 가서 산다고 자신에게도 해당 도시가 반드시 살기좋은 곳이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는 법이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도 꽤 살기좋은 나라라고 믿는데, 왜 저런 순위조사에서는 꼭 밑에서부터 찾는게 더 빠른거냐? 쩝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를 비롯하여 컨설팅 그룹 등에서는 이러한 전 세계적인 migration 현상의 이유와 추세, 이로인한 여러 사회적 영향 등을 계속해서 연구할 것임에 분명하다.
 
조선일보 2007년 1월 15일자, “밤새 幸福하셨습니까” 행복지수 매기기 열풍 란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우리나라도 나날이 살기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

사실 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솔직히 말해서 좀 맹해보이는 얼굴에 육체파 섹시미를 한껏 뽐내며, 오디오 믹싱 기술을 한껏 활용한 visual 을 최대한 강조하는 뉴스메이커 란 해설 정도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관한 가장 적절한 해설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그러했다.)

솔직히 말해서 예쁜 얼굴, 예쁜 몸매만 찾자면 얘보다 훌륭한 애들이 널렸지 않을까? 게다가, 뭐 사람이 인물이나 몸매만 파먹고 살 수 있는건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특히나, 이번 2007 MTV MVA 에서의 Britney Spears 의 컴백 무대를 한번이라도 구경해본 사람은 특히나 브리트니의 자기관리 능력에 실망을 하게 됐으리라 생각된다.)

아, 물론 외양을 큰 무기삼아 밥벌어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예쁜 얼굴, 예쁜 몸매, 멋진 얼굴, 멋진 몸매 등을 책임져야 할 가벼운 의무 정도는 있다고 봐줘야 겠다.

지난 일요일 미국 2007 MTV MVA(Music Video Awards) 에서의 컴백 쇼 이래로 각종 언론 등을 통해 육중한 컴백, 무뎌진 몸 그리고 사라진 무대매너, 끔찍한 컴백 등의 각종 구설수로 도배되다시피 하였기에 그저 연예계 뉴스를 가쉽거리 정도로 지나가는 행인마냥 구경만 하는 내가 뭐 코멘트할 입장이나 되냐며 올라온 기사들을 그냥 읽어주는 정도로 지나가려 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오늘 평소 독사같은 독설로 좌중을 긴장케만드는 것으로 평판이 자자한 Simon Cowell 의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대한 사실상 사망선고에 준하는 기사와 해당 기사에서 Best / Worst 로 내세운 영상을 보다보니, 과연 금번 브리트니 최악의 컴백쇼 파장은 육중해진 몸매나 립싱크 컴백 때문만은 아니구나 싶다.

Simon Cowell 의 독설에 관해서는 직접 TV 프로를 찾아가면서 본 적도 없기에 제대로 맛 본 적은 없지만, Paul Potts 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Britain's got talent 에서의 시종일관 카메라맨이 Simon Cowell 의 눈치를 살피는듯한 촬영, 기타 어디 할테면 해봐라는 투의 멘트 등만 보아도 그간의 도도한 작태(?)는 충분히 감잡을 수 있었다.

일단, Simon Cowell 의 She could've killed her career 에 관한 자세한 기사는 참고삼아 살펴보면 좋겠다.

실망, 실망 도대체 과거엔 무얼 그리 잘했기에? 얼마나 잘 빠졌기에? 그리도 실망을 했다는 걸까?

실망을 안겨주려면 그동안 기대를 하게끔 해준 과거 전적이나 기대치를 꾸준히 꼽아보게끔 해왔기 때문 아닌가?

참고로, 나는 앞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연예계(특히 미국 팝시장 등) 문외한인데다 70~80's 팝음악에만 열광하는 아주 구세대인터라 브리트니의 노래 등에 감동, 감화해주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었다. 이런 내게 있어서 브리트니는 팝의 요정이라기 보다는 그냥 젊은 가수의 아이콘에 불과했었기에 뭐 실망이고 자시고 할 건덕지가 없었는데...

브리트니를 브리트니답게 만들어준 과거의 영상자료들을 보고나니, 과연 이란 탄성이 절로 튀어나오게끔 되고만 것 아닌가?

이래서 브리트니, 브리트니 했었던 거구나!

톡톡튀는 무대매너나 춤꾼이라 불러줄만한 솜씨, 그리고 장면장면 자로 잰듯 딱딱 맞춰서 연출해가는 센스는 가히 탄성만으로는 부족하달 수 있겠다.

브리트니의 전성기를 담은 영상물들을 한번 훑어보는걸로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보다 자세히 겻들여진 해설과 함께 감상하려면 http://www.thesun.co.uk/article/0,,4-2007420215_1,00.html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팝의 요정님하! 왜 일케 되셨어효!!! T.T

Posted by 박창민
Bookmark and Sha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