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 와 이우정 작가가 다시 만나서 찍은 드라마라고. 다섯 의대 동기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라고. 아내가 옆에서 쫑알쫑알 같이 보자길래, 부활절 긴긴 휴일동안 다섯편을 쭈욱 달렸다.

요즘은 마음 불편하게 토렌트에서 파일 안 구해도 되고, Netflix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난 드라마나 영화들을 즐길 수 있다보니 참 세상 좋아졌구나 싶다.

사실, 좀 냉소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병원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드라마치고 재미없기가 어렵지.

긴박한 사건 소재들이 풍부하고, 알콩달콩 연애 이야기는 넣는곳마다 족족 빵빵 터질 수 있고, 작가의 역량에 따라 개그나 풍자도 얼마든지 담을 수 있고, 게다가, 출연자들은 늘였다 줄였다 얼마든지 제작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말야.

이런 갖춰진 성공원칙에 잘 나가는 배우들이나, 당대의 테마를 이루는 배우들 콤비네이션들이 곁들여지면, 소위 메가톤급 빅 히트가 가능해질거라 생각한다. 나야 뭐 일반 시청자 입장이긴 하지만, 이런 공식을 따른 드라마들치고 망한 드라마가 흔할까?

언뜻 생각나는 드라마들만 꼽아보아도, 미드 그레이즈 아나토미, 한드 종합병원, 일드 하얀거탑, 한드 골든타임과 뉴하트, 심지어 의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나왔던 사랑이 꽃피는 나무 (의학드라마는 아니었던걸로 기억나는데) 등. 평작 이상인 정도가 아니라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들이 참 많았지 않나?

사실, 슬기로운 의사생활 1편의 등장인물들 소개, 게다가 율제병원 안회장의 아들이 누구인지 또 맞추기식으로 펼쳐지는 드라마 진행에 불만이 조금 쌓여있던 나에게 이 드라마는 뭐 그리 특별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다섯 편 다 본 느낌?

아, 제6편 언제 방송하지? 왜 12부작인거지? 할 이야기 더 많을텐데?

뭐 이런 느낌이다.

각자의 이야기가 사실 하나하나 궁금한 것도 아니고, 편당 뿌려놓는 떡밥이나 에피소드를 통한 등장인물들 성격 파헤치기 이런게 궁금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마치 비빔밥처럼 버무리고나니, 딱 알맞은 양념. 게다가 씹히는 맛까지 아주 식감을 돋궈주는 느낌이랄까?

고개를 들어, 뉴스를 보고, 주변의 이야기들을 듣기 시작하면, 경제가 어렵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면역력 침투율 및 파괴력이 에이즈만큼이나 강하다느니 라는 이야기들만 들려오는데, 사실 나는 그런건 관심이 없다.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있는건 아니니까.

그냥, 내 자리에서 묵묵하게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이런 소소한 자극적이지는 않아도 아내랑 같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 정도에도 즐거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슬기로운 호주생활. 이게 내가, 우리 가족이, 우리 직장 동료들이 해야할 일이니까.


Posted by 박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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